2만여평 나무 가꾸는 도암 용산마을 김효준씨
2만여평 나무 가꾸는 도암 용산마을 김효준씨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5.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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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의 숲 가꾸는 게 꿈"

도암 용산리 김효준(47)씨는 강진의 작은 산들을 수목군락으로 가꾸는게 꿈이다. 저 산은 무과나무산, 앞산은 동백나무산, 뒷동산은 철쭉나무산....

보통사람이 보면 모든 산들에 나무가 자라고 있으니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김씨에게 수목군락은 미래의 자원이요 돈이다.

우리가 흔히 관광강진, 친환경 강진이니 하는 말도 김씨가 나무와 연관지어 설명하면 아주 쉬워진다. 나무가 곧 관광자원이고 친환경 식물이기 때문에 관광소득도 되고 친환경 농산물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씨의 꿈이 지금 용산마을 야산자락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다. 김씨가 2만여평의 밭에서 키우고 있는 나무종류만 약 300여가지. 숫자로 따지면 150여만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김씨는 여기에 논농사를 8천평, 배 과수 농업을 4천평 하고 있다. 김씨의 손때 묻은 분재가 1천그루에 달한다. 김씨는 이를테면 복합영농인이다.

김씨의 나무사랑은 강진농업고등학교를 다닐때부터 동하기 시작했다. 농업고등학교에는 축산분야도 있고, 원예분야도 있었지만 어린 김효준의 눈에 박힌 것은 오밀조밀 자라고 있는 분재였다. 70년대말 학교를 졸업하고 김씨는 분재원에도 다니며 나무예술에 탐닉했다.

그러다 79년 서울로 올라가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고철을 납품하는 중간상인이었다. 고철납품업을 하면서 현금을 웬만큼 모았으나 쫄딱 날려버렸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자 고향이 그리웠다. 그래서 지난 93년 낙향을 했다. 막 결혼한 아내 박경자씨(40)씨가 고향마을에 함께 왔다.

김씨가 제일먼저 한 것은 나무심기였다. 고등학교때부터 키워오던 꿈이 아이러니하게도 대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후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우선 주변밭을 정리해 3천평 부지에 나무를 심었다. 제일먼저 심은 수종은 동백나무였다. 주변 터를 이용해 꺾꽂이를 하고 씨앗을 파종했다. 어디에서 새로운 수종을 보면 가지라도 꺾어와서 집에서 번식을 시켰다.

가시나무와 녹나무, 먼나무, 동백, 황칠나무등은 김씨가 지역특성에 맞는 나무를 꾸준히 심어오면서 애정을 지극히 쏟고 있는 나무들이다. 가시나무와 녹나무는 자리를 옮기는 것을 싫어해 키우기가 보통 까다로운게 아니다.

이제 300여종에 이르는 나무들은 김씨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김씨는 “나무와 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나무의 상태만 보면 물이 필요한지, 차광막이 필요한지, 추위를 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용산마을 김씨집(황토농장)에 가면 길다란 가건물이 눈에 띈다. 김씨의 살림집이다. 마당 가득히 농자재가 즐비하고 곳곳에 분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고개를 돌려 북쪽으로 가면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가 빽빽이 차있다. 꺾꽂이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도 있고 벼못자리를 키우고 있는 하우스도 있다. 어떤 곳은 나무의 키가 높게 자라 비닐하우스의 철골 위에서 커있다.

김씨의 부인 박경자씨는 “비오는 날에도 일 없는 날이 없다”고 웃었다. 그도 그럴것이 날씨가 좋은 날은 노지에 심어놓은 농작물이나 나무를 보살펴야 하고 비가 오면 비닐하우스에서 꺾꽂이등을 돌보며 이런저런 일을 해야하는 것이였다.

김씨는 마당 한 귀퉁이에 깔려있는 볏짚을 조심스럽게 걷어냈다. 김씨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유기농 녹차나무였다. 지난 3월에 파종한 녹차씨앗에서 푸른새싹이 막 돋아나고 있었다.

김씨는 “이것을 50㎝까지 키우면 한그루에 1천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100여평에 4만주가 심어져 있으니 3천만원 정도의 소득은 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저것 떼어도 2천만원은 남는 장사입니다. 나무는 이렇게 부가가치가 좋아요”

김씨가 나무의 생산성을 따지는 간단한 계산이 있다. 김씨 농장에 있는 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크고 있다. 키가 자랄수록 가격은 그만큼 높아진다. 150여만 그루가 하루에 1원씩만 벌어주어도 하루 15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당장 현금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언젠가는 돈이 되어 돌아 올 것들이다.

김씨집을 나와 조금 왼쪽으로 돌아가면 김씨가 야산을 개간해 나무를 심어둔 곳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나무들은 각 수종별로 줄을 지어 자라고 있다.  

김씨는 나무 사이를 지나며 “이것은 진백, 이것은 남천, 저것은 황금훼화...”하며 모든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김씨는 300여가지의 나무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다. 그렇게 심어진 나무 행렬이 적지 않은 야산을 한바퀴 돌아서야 끝난다.

김씨는 주변사람들에게 소주 한병을 먹을 때 마다 나무를 한그루씩을 심기를 권장한다. 모든 사람이 소주 한 병을 마실 때 마다 나무 한그루씩을 심으면 강진은 물론 전국이 나무바다가 될 것이라는게 김씨의 뼈있는 농담이다.

김씨는 강진이 나무가 자라는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진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남해안 지역이면서 야산이 많아 활엽수가 자라기에 천혜의 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씨앗을 뿌려봐도 강진에서 크는 나무가 위쪽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보다 잎사귀도 크고 줄기도 굵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전국에서 제일가는 숲을 강진에 만들면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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