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노인-강진읍 기룡마을 고문순할머니
장수노인-강진읍 기룡마을 고문순할머니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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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종합비타민제로 건강유지

 강진읍 기룡마을에서 아들내외, 손자내외, 증손주들과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는 고문순(96)할머니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증손자 문상훈(12)군의 재롱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 2001년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쳐 온종일 집안에서 생활하는 고할머니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건강한 생활을 지켜가고 있다.


 청력이 크게 떨어져 가족들이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고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건강함이 묻어난다. 고할머니는 아들, 손자들의 생일은 물론 집안의 제삿날까지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고할머니는 소식과 30여년 복용해온 종합 비타민제를 꼽고 있다. 고할머니는 제 시간에 맞춰 하루 3끼 식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성인들이 먹기엔 턱없이 부족할 정도의 반 공기로 한 끼 식사를 하지만 상에 오른 반찬을 골고루 섭취하며 느긋하게 밥을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상에 올라와도 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할머니가 오랜 기간 지켜온 식사습관이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는 것도 고할머니의 식사습관 중 하나. 젊은 시절에는 갈치, 고등어 등 비린내 나는 생선을 즐기지 않았던 고할머니는 90살이 넘어가면서부터 식생활에 변화를 보여 이젠 가리는 음식이 없다. 채소류, 육류 등 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고루 맛을 보며 섭취한다. 고할머니가 유일하게 먹지 않는 음식은 개고기뿐이라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식사를 마치면 고할머니는 종합 비타민제를 한 알씩 복용한다. 30여년전 함께 살고 있는 큰아들 문호운(71)씨가 종합 비타민제를 권한 후로 고할머니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복용해 오고 있다. 어지럼증으로 일명 '뇌선'이란 약을 즐겨 먹었던 고할머니는 종합 비타민을 복용하면서부터 두통으로 뇌선을 찾는 일도 차츰 없어졌다. 가족들은 종합 비타민제를 꾸준히 복용해 온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생각하고 고할머니를 위해 종합 비타민제를 미리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또 고할머니는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으로 건강을 지켜가고 있다. 오후 7시 전후로 저녁식사를 마치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에 일어나기까지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깔끔한 성격의 고할머니는 잠에서 깨면 밤새 사용한 요강을 비우고 세수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도 고할머니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주변사람들이 '양반'이라고 부를 정도로 평소 화를 잘 내지 않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왜소한 체구에도 큰 질환을 앓지 않았던 고할머니는 병원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양쪽 눈에 생긴 백내장으로 15년 전 오른쪽 눈을 수술하는 일이 있었다. 나이 때문에 수술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는 시력을 회복했다.

시력을 회복하면서 고할머니는 아침 일찍 마을 주변을 산책한 후 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1㎞남짓 떨어진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시간을 보내는 활기찬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쳐 거동이 어려워지면서 고할머니의 생활은 집안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고할머니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수술을 고민했으나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담당의사의 의견에 따라 수술을 접어야만 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4대가 살고 있는 고할머니 가족을 통해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장수의 가장 큰 비결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 내외는 바쁜 농사일에도 밥때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 고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한다. 미리 음식을 챙겨놓아도 혼자 밥먹는 것을 싫어하는 고할머니를 위한 아들 내외의 배려다.

15년 전 고향인 기룡마을로 돌아온 손자 내외도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단 음식을 좋아하는 고할머니를 위해 과자류를 챙기는 일을 잊지 않는다. 또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증손자 문군은 온갖 재롱으로 고할머니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자손들에 대한 고할머니의 사랑도 각별하다. 곁에서 말벗이 되어주는 증손주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는 문할머니의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고문순 할머니의 생활엿보기
 키 : 120㎝
 몸무게 : 30㎏
 식사 : 오전 7시30분, 오후 1시, 저녁 7시
 좋아하는 음식 : 조기, 김치, 나물류
 싫어하는 음식 : 개고기
 술 : 전혀 못함
 담배 : 전혀 못함
 특이사항 : 복합 비타민제 복용

 

 인터뷰
 거동이 어려운 고할머니의 머리를 직접 다듬어주고 종종 나들이도 함께 나서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는 장남 문호운(71)씨는 "몸은 늙으셨지만 마음만은 젊게 사시는 분"이라며 "아직도 목욕을 스스로 하시고 며느리의 화장품을 바르실 정도로 외모에도 신경을 쓰시며 젊게 사시려 한다"고 어머니에 대한 말을 꺼냈다. 


 문씨는 "5년전 다리를 다치셨을 때 수술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나이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했다"며 "활발하시던 분이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씨는 "예전에는 읍으로 모시고 나가 머리손질을 해드렸지만 직접 손질해 드리고 싶어 가위 등을 장만했다"며 "한달에 한번 정도 머리가 길다고 말씀하시면 손질해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할머니의 건강에 대해 문씨는 "체격은 왜소한 편이지만 감기 등 잔병치레가 없으실 정도로 건강하신 편이었다"며 "다리를 다치신 후로 음식을 드시는 양이 줄어드시는 것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답했다.

 문씨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편하도록 가족들이 정성을 다하고 있다"며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셨으면 하는 것이 자식들의 바램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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