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는다. 양금택목(良禽択木)
[다산로]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는다. 양금택목(良禽択木)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4.03.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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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순간순간 선택의 길목에 서게 된다. 어쩌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친구, 직업, 배우자, 경제활동 등 선택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인생의 삶은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선택(選択, choice)"을 잘 해왔다. 오래전 TV에서 방영된 가전제품 선전 문구가 있었다. "한 번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당시 획기적인 광고 문구로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탔던 적이 있다. 우리는 제품 질보다 광고의 내용과 광고모델이 누구인가를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 기업과 방송매체는 더 선정적인 광고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사물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통찰력에 차이가 있다.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판단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깃들인다는 양금택목(良禽択木)'이라는 성어가 있다. 현명한 인재는 자기의 능력을 키워 줄 훌륭한 사람을 골라서 섬긴다. 역사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은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녔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발견했으며, 아난은 석가를 만나 진지한 구도자가 되었다. 안연은 공자를 만나 정신적인 개안(開眼)을 경험했다. 율곡은 퇴계를 만나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좌구명(左丘明)이 지은  『춘추좌씨전』에 '양금택목'이란 유래가 나온다. 공자(孔子)가 치국의 도를 펼치기 위해 여러 제후국을 다니며 유세하던 중 위(衛)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공자는 위인이라 소문난 대부 공문자(孔文子)를 만나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었다.
 
마침 공문자가 공자를 불러 찾아가 만나게 되었다. 문자는 천하가 알아주는 유가의 시조께서 찾아왔다면서 무척 기뻐했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공자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공문자가 나라를 위한 도(道)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고 이웃 진(晉)나라에서 망명해 온 대부의 딸이 위나라 고관과 결혼해 낳은 아들이 성인이 되었는데 가문을 잇지 않고 도주했다며 망명한 아들을 공격할 계획을 세워놓고 의견을 구한 것이다. 공자는 "제사 지내는 일은 배운 바 있지만 전쟁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객사로 돌아온 공자는 날이 밝자 제자들에게 즉시 위나라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새가 나무를 택하지, 나무가 새를 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전쟁만 말하는 나라에서 뜻을 펼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공자는 영문을 모르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똑똑한 새는 나무를 골라가며 둥지를 튼다는 말이 있다. 벼슬을 하려면 훌륭한 군주 밑에서 있는 것이 맞다."
 
공문자는 이 말을 듣고 당황한 나머지 오해를 풀어 보겠다며 공자가 있던 곳으로 단숨에 달려가 공자에게 위나라 안위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설득했다.
 
마음이 누그러진 공자는 위나라에서 더 머물려 했지만 마침 노나라에서 속히 귀국해 달라는 청을 받고 노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양금택목'이란 좋은 새는 좋은 나무인지 아닌지 가려내서 둥지를 틀지 아무 곳에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는 뜻으로, 현명한 사람은 자신을 아무에게나 의탁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면서 키워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종사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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