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나서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이었어요"
"사람으로 나서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이었어요"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4.01.0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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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제15회 졸업식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19명 졸업생 배출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교장 최한섭)가 지난 19일 제15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날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는 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1년간의 학사일정을 마치고 제15회 졸업식을 개최했다.

어머니들의 문예교육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는 지난 2009년 시작했다. 올해도 10개 읍·면 19개마을에서 190명이 입학해 마을회관에서 1년 과정으로 주 2회 4시간교육이 진행되었다. 1월 입학을 시작으로 5명의 전담교사가 읍면마을을 찾아다니며 한글, 산수, 음악, 미술 등을 운영해 한글을 모르는 여성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돼 주었다.

이날 졸업식에는 3개마을 19명 졸업생에게 제15회 졸업장이 수여됐다. 졸업장 수여에는 학생으로 불리는 마지막 날에 졸업생 한 명 한 명 이름이 호명되어 여자라고 가르치지 않아 못 배웠던 평생의 한을 푼 흰머리가 가득한 어머니들의 얼굴에 기쁨과 설렘이 가득했다. 졸업생을 대표하여 도암면 항촌마을 믿음반 박양례 학생에게 졸업장이 수여됐다.

졸업식에는 비가 눈이 오나 눈이 침침해도 결석하지 않은 배정심 학생 등 21명이 개근상을 받았다. 또한 회관 정리 및 수업준비, 학생간의 연락 등 모든 일을 해준 각 마을을 반장에게 공로상을, 배움의 열정으로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 학생들에게 노력상도 수여됐다.

졸업식에는 떠나는 아쉬움을 전하는 송사와 같이 웃고 떠들고 공부하도록 하도록 열정을 심어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고 배울 수 있었던 공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답가가 있었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어머니 학생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힌 글쓰기와 만들기 실력으로 쓰고 그린 편지, 시화작품, 글 36작품이 전시되어 자존감을 높였다.

최한섭 교장은 "강진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졸업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지금까지 남편과 아내로 그리고 자식을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며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항상 웃음 잃지 말고 건강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졸업생의 글을 실어본다.

선생님께 편지을 드립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에 노랗고 빨갛게 물 들어가는 잎들이 예쁘게 가을입니다. 가을 추수 거둬 드리 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저도 가을추수 잘 거둬드렸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 하오니 감기 조심하시고 개학 후 다시 만납시다.
율변마을 사랑반 윤경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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