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반면교사
[다산로] 반면교사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3.12.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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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이득이 될 만한 곳에는 들러붙고, 피해가 될 것 같은 곳은 외면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성어는 다산 정약용이 중국 명나라 왕동궤가 지은 『이담』에 우리의 속담을 더해서 엮어 놓은 책에 기록됐다.

"이전에 달게 먹던 것도 지금은 쓰다고 뱉는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교묘하게 입장이 바뀐다(昔以甘茹今乃苦吐言人情巧於自利也)"라고 했다.

나무 이야기가 있다. 나무는 달과 바람 그리고 새 이렇게 세 친구가 있었다. 성격이 점잖은 달은 밤이면 함께 지내주며 언제나 웃고 있을 뿐 말이 없지만 서로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해해 주는 이심전심의 친구다. 그러나 바람은 변덕이 많은 천방지축으로 제멋대로 찾아왔다 후딱 가버릴 뿐 아니라 어떤 날은 너무 세게 불어 나무 가지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새는 가끔 찾아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기는 하지만 역시 제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해서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나무는 달이 친절하다며 환대하고 바람과 새가 기분에 내키는 대로 산다며 박대하지 않았다. 찾아오면 다행으로 생각했고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며 불평하지도 않았다. 바람과 새는 신의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찾거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아침에 정한 것도 저녁이면 뜯어 고치며 어떤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일관성 없이 기분에 따라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한다. 셋님이 권세가 있을 때는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다 마침내 몰락하면 사람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내게 이익이 될 것은 적극적으로 달라붙고 이득이 안 되면 쳐다보지도 않는 태도를 삼가하고 초지일관 신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믿음과 신용이 우선되는 사회다. 모래 위에 성을 쌓지 말고 반석 위에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한다. 기초가 약한 집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무너지지만 든든한 기초위에 지은 집은 태풍이 불고 창수가 나도 넘어지지 않는다.

공자는 『논어』에 '눈앞에 이익이 보이면 먼저 의리를 생각하라'라고 했다. 우리는 순간순간 이(利)와 의(義)에 갈림길서 선택해야 한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격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의를 외면하고 돈을 쫒다보면 돈의 포로가 되어 그 인생은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팀과 팀이 겨루는 운동경기서 실력이 열세임에도 계략을 잘 펼쳐 강한 상대를 물리치는 일이 있다. 진(秦)나라 이후 다시 통일국가의 위업을 달성했던 유방은 홍문에서 열린 주연에서 위태로운 상황을 잘 대처해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항우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다.

항우에게 항복하러 갔던 유방은 자신을 죽이려는 항우 측의 음모를 알아채고 목숨을 건진데서 홍문지연(鴻門之宴)이란 말이 생겨났다. 초한전쟁은 『사기』를 근거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진시황이 죽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숙부와 함께 봉기한 항우는 곳곳에서 진나라의 세력을 무찔러 기세가 등등했다.

반면에 패 땅의 변변치 못한 집안 출신 유방은 참모들을 잘 거느려 실속을 차리면서 수도 함양에도 먼저 진입했다. 유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항우가 40만 대군을 이끌고 공격하해 오자 유방은 혼비백산하여 수도에 있던 재물을 그대로 둔 채 물러나 항우가 머물던 홍문에 유방이 사죄하러 왔다.

잔치를 베풀고 있던 자리서 책사 범증(范增)은 유방을 죽여 버리라고 항우에게 세 번이나 신호를 보냈지만 머뭇거리자, 장수 항장에게 칼춤을 추다가 기회를 봐서 유방을 찔러 버리라고 명령하자 이를 눈치 챈 항량이 검무를 함께 치면서 유방을 보호했다. 유방과 함께 왔던 장량이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술기운이 거나한 번쾌(樊?)를 들여보내 유방의 신변을 보호해서 위기서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구사일생으로 홍문에서 살아 돌아간 유방은 해하(垓下) 싸움에서 사면초가 작전으로 항우를 물리쳤다. 홍문지연은 화려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상황을 가리키거나 살벌한 정치적 담판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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