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의 미묘한 차이
[다산로]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의 미묘한 차이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12.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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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지난 글에서 충신과 간신의 차이라는 글을 논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충신과 양신>의 차이에 대해서 논해 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당대의 오긍이 저술하고 당태종이 명신들과 주고받은 정치문답집인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당태종과 위징이 주고받은 내용을 참조했다.

중국 역사상 충신으로 명성을 떨친 인사는 많다.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많은 충신들 중에서 당조의 위징은 충신과 양신의 두가지 조건을 갖춘 현명한 신하다.

위징은 당태종 이세민의 정적이었던 태자 이건성의 책심 참모로서 이세민 제거에 총력을 다했으나 실패한후, 이세민이 핵심 참모로 받아드린 제환공의 관중 같은 인사다.

위징이 어느날 당태종에게 건의 하였다. "저는 폐하께서 저를 충신으로 만들지 말고 양신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자, 당태종이 묻기를 "충신과 양신의 차이가 있단 말이오?"  위징이 답하기를 "양신과 충신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양신>은 스스로 아름다운 명성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임금도 좋은 명성을 얻게 만들기 때문에 그 영예가 대대로 전해지지요. 그러나 <충신>은 군주께 심한 간언을 하여 죄를 얻어서 사형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임금도 우매한 군주라는 악명을 쓰게 되고 나라와 가정 모두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이때 충신이 얻는 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공허한 명성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충신과 양신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양신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신하가 노력하기 보다는 현명한 군주가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관의 치'를 이룬 명군인 당태종 마저도 지나친 위징의 간언에 몇번씩 죽이고 싶었다고 하니, 하물며 일반 군주로서야 자기의 약점을 얘기하고 행동을 제약하는데 기분 좋아 할 군주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 당나라 시대의 저서 <장단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람을 충신의 반열로 생각하였다.

1) 천하의 사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단계에서 그 존망과 득실을 사전에 파악하여 미연에 방지하고 임금에게 영광을 누리게 하는 신하

2) 겸손하게 삼가면서 최선을 다하는데, 매일 훌륭한 제안을 해서 임금이 법도를 지킬 수 있게 하고, 임금에게 장기적인 안목을 갖게 해주는 신하

3)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끊임없이 인재를 천거하고 늘 역사의 경험과 교훈을 내세워서 임금을 격려하는 신하

4) 승패와 득실을 밝게 살피고, 미리 대책을 강구해서 미연에 방지하며, 나중에라도 소홀했던 점을 고치고, 화근을 끊어서 복으로 바꾸고, 위기의 상황을 안전하게 바꿔 주는 신하

5) 공적인 일에 충실하고 법을 지키며, 직무에 성실하고 책임을 다하며, 뇌물을 받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신하

6)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때 아첨을 하지 않고 감히 용안을 건드리면서 그 과오를 지적 할 수 있는 신하다.

그런데 신하가 훌륭하게 일을 잘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무능한 지도자 밑에서 충신은 무능하거나 잔소리꾼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핵심은 지도자다.

한나라의 유명한 재판관 장석지는 "지도자의 행동을 신하들이 따르는 것은 그림자가 본체를 따르는 것과 메아리가 본성을 따르는 것보다 빠르다"고 지적 하였으며, 논어에는 "지도자의 행동이 올바르면 백성들은 지시하지 않아도 절로 따르고, 지도자의 행동이 그릇되면 백성들에게 강제로 지시해도 따르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당 태종은 입바른 소리꾼 위징이 죽고 난후 애통해 하면서 측근의 대신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람은 구리 거울로써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것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의 이치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알 수 있다. 위징이 없으니 짐은 거울을 잃은 셈이다"

당태종은 훌륭한 지도자 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콩심은데 콩 나고 팥심은데 팥 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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