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종교와 전쟁-편 가르기
[다산로] 종교와 전쟁-편 가르기
  • 하종면 _ 향우, 변호사
  • 승인 2023.11.2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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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변호사

이스라엘 현지 시간으로 2023. 10. 7.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정착촌에 침투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인질로 잡아 가는 한편 예루살렘 수도 텔아비브 등 여러 도시를 수천 발의 로켓포로 공격하는 전쟁을 도발하였다. 이스라엘 정착촌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은 어린아이들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힌 하마스 대원 몸에서 소위 '전투마약'이라고 불리는 마약 성분이 나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앞으로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자지구에 있는 한 병원에 포탄이 떨어져 수백 명이 사망하였는데, 이 병원 폭격을 계기로 전 세계는 팔레스타인 편, 이스라엘 편으로 둘로 나누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세계가 둘로 갈라지더니, 이제는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으로 미국, 유럽 등 기독교 진영과 하마스, 이란 등 이슬람 진영으로 나누어 또 다른 진영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표면상으로는 이스람교의 3대 성지인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사원을 이스라엘 경찰이 공격하고 그곳에서 유대교 신자들이 기도를 하여 예언자를 모욕한 것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수십 년 동안 강압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루어 왔던 이스라엘의 폭정,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을 염려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관계 정상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 의도,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의 영향력 쇠퇴 등 전쟁이 일어난 원인에 대하여 여러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신봉하는 이슬람교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믿는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는 모두 아브라함을 자기들 종교의 최고 조상으로 섬기고, 성경(구약성경)을 경전으로 삼고 있으며, 죽은 다음의 부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크게 보면 한 뿌리의 종교들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십자군 전쟁, 보스니아 전쟁 등 서로 다른 종교집단 사이에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살육은 계속되었고,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서로 갈라섰다는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란, 이라크 전쟁을 비롯하여 1000년 넘게 다투고 있는 등 같은 종교 내에서도 다툼과 전쟁은 계속 일어났다.

어느 종교든 살인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인류 역사상 종교로 인한 다툼과 전쟁 그리고 살육은 왜 계속되는 것인가? 아브라함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의식수준은 꾸준히 발전하여, 이들 세 종교가 내세우는 천지창조론과 사후 부활론 등은 이제 과학적, 논리적으로는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할지에 대하여 인간은 커다란 도덕적 궁지(moral dilemma)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 위대한 세 종교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으면서, 전쟁 등 끊임없이 쓸데없는 고난을 초래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들 세 종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교들은 원시사회부터 중앙집권적 귀족국가에 이르는 과도기적 단계에 나타나는 정치조직체이자 부족연맹체이었던 부족국가 시대에 발현하였고, 부족 중심주의(trib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이 우리 부족을 창조하여 다른 부족보다 선호하고, 다른 부족들은 잘못된 것들을 신앙하고, 잘못된 의식을 치르고 있고, 거짓예언을 따르고 있고, 허황된 창조이론을 따르고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이를 믿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자신감에 충만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행동규범을 정당화하고, 그리고 생과 사의 신비한 순환을 설명하였다. 이리하여 어떤 부족도 인류역사상 상당 기간 동안 천지창조론에 의하여 정의된 인간존재의 의미를 벗어나서 살아날 수 없었다. 이러한 부족주의 성향에 바탕을 종교적 가르침은 내편, 네 편을 따지게 되었고, 맹목적 믿음(blind faith)을 가지게 하였으며, 종교의 이름으로 선량한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과 같은 나쁜 행위를 저지르게도 하였다.

우리 인류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떠한 권위(power)도 찾을 수 없다.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종교와 전쟁의 상관관계에 비추어 볼 때 경건한 신앙심(piety)은 더욱 아니다.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과학에 기초한 인간 존재에 대한 자각에서 우러나는 지혜 및 철저한 자기 성찰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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