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까마귀 울음소리의 길흉(吉凶) 판단
[다산로] 까마귀 울음소리의 길흉(吉凶) 판단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11.10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가을이 깊어가니 아침부터 까마귀가 울어댄다. 오늘 무슨 일이 있으려나? 예전 같으면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면 기쁜 소식이 있을 것이고, 까마귀가 울어대면 불길한 소식을 예측했다. 오죽했으면 설날 아침에 울어대는 까치 소리에 일 년이 대길할 거라고 온 가족이 기뻐했겠는가?

그런데 정말로 까치는 상서럽고 까마귀는 불길한 조류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반대로 생각한다. 한번 사연을 들어보자. 중국 수필의 원조라고 불리는 송나라 홍매가 쓴 <용재 수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중국에서 남방 사람들은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믿고, 까치가 울면 상서로운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까마귀가 울면 돌멩이로 쫓아버리곤 했다. 우리의 관습과 같다.
반면에 북방(北方)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까치가 울면 불길하고, 까마귀가 울면 상서로운 징조라고 여겼다.

<북제서>에 이런 기록이 있다. 하루는 해영낙과 장자신이 마주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때 뜨락의 나무에 내린 까치가 깍깍 울어댔다.
장자신이 해영낙에게 말했다. "까치가 울면 좋은 징조가 아니지요, 아마도 구설이나 살신지화가 생길지도 모르오. 오늘 밤 누가 당신을 부르더라도 절대 나가서는 안되오." 장자신이 떠난 후 황제 고엄이 사람을 시켜 해영낙을 불렀다. 황제가 소환하니 빨리 입궁하라는 것이었다. 해영낙은 장자신의 당부가 떠올라 말에서 떨어졌다며 병을 핑계 삼아 그날 입궁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을 변을 넘겼다고 한다.
당나라 때의 민중 시인 백거이가 귀양으로 강주에 있을 때 <답원랑중양원외희오견기 答元郞中楊員外熹烏見奇)란 시를 지었다. 친구와 함께 귀양살이의 고독함을 달래면서 들리는 까마귀 소리에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해당 시에서 까마귀는 기쁜 소식의 상징이다.

남궁 원앙지에 난데없이 까마귀 날아 앉았네
옛 친구는 존귀한 비단 휘장에 마주 앉았는데
까마귀 울음소리가 기쁜 소식 전한다며 좋아하네
까마귀 전하는 소식은 귀향을 재촉하는 거라네
간절한 귀향이야 까마귀 희어질 때나 돌아갈는지
원랑중이여 공연히 기쁘게 해서 미안하네.

<음양국아경(陰陽局雅經)>이란 책이 있다. 삼천갑자 동방삭이 지은 책이다. 그 책에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로 길흉을 점지한다고 했다. 그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따라 방위를 정하고 열 개의 천간과 결합하여 음색을 명명해서 길흉의 완급을 분별해냈다. 까마귀의 신령스러움을 활용한 것이다.

여하튼 까마귀는 까치와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특히 훈련 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7세의 아이 정도이며 돌고래나 침팬지 급의 지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각종  상서롭거나 불길한 징조를 알려주는 새로서 유명했다. 결국 까마귀 소리에 대한 길흉(吉凶)을 느끼는 것이 지역에 따라 상반되니,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요즘 까치는 농산물을 해치는 원흉이다. 과수원의 사과, 배 등 과일을 해치며, 특히 우리 집 정원의 겨울 선물인 빨간색 열매인 호랑가시나무와 피라칸타스 열매를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워 버린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른 아침, 까욱까욱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가 선잠을 깨우고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마음 한번 돌려먹으니 까마귀 소리가 한결 정겹게 들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