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임종 이후 저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서장생사서(西藏生死書)
[특집] 임종 이후 저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서장생사서(西藏生死書)
  • 강진신문
  • 승인 2023.11.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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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28)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어 있다. 아울러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지만, 결국 피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다. 피 할 수 없는 죽음,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음에 대해 공자에게 묻자, 그는 "살아 서의 일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죽어 서의 일이야." 라고 하였으며, 노자와 장자는 "삶과 죽음은 자연에 따른다"라고 하였으며, 특히 장자는 죽음을 앞두고 화려한 장례를 주장하는 제자들에게 "내가 죽거든 대자연의 품속에 맡겨라, 낮이면 태양의 흰 백옥이 빛날 것이며, 밤이면 달이라는 은백색의 비취가 나를 반겨 줄 것이다"라고 하자, 제자들은 스승님의 유체가 들짐승에게 훼손될 까 두렵다고 하자, 장자 이르길 "땅속에 묻히면 땅 강아지나 개미에게 먹힐 것인데, 너희들은 꼭 이리나 독수리의 먹이를 빼앗아서, 땅 강아지나 개미에게 주어야 만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라고 일갈 하였다.

그럼 불교는 죽음에 대해서 어떤가? 정확한 것은 잘모르겠다. 어찌 감히 한 두 권 책자를 보고 불교 전체의 핵심 사상을 논 할 수 있겠는가? 단지 약 15 년 전 티벳을 여행 하던 중, '서장생사서/西藏生死書(생명 윤회와 해탈의 길)'라는 책을  우연히 구매하여 잠깐 보다가, 당시 50세의 아직 젊은 나이에 주제가 너무 무거운 듯 하여서 덮어두었는데, 그 후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 해당 책을 정독하였다.

'서장생사서(西藏生死書)'는 중국의 고전이다. 지은이는 8세기 경  밀교의 대 스승이신 '蓮花生大師'께서 집필했는데, 당시에는 해당 내용이 널리 알려 지지 않고, 땅속이나 암 굴 등 비밀 장소에 깊게 보관되어 오다가, 후인 들의 발굴에 의해 14세기 경,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며 최근 20세기 초에 영국 및 미국에서 번역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 지게 되었다한다.

'서장 생사서'는 무슨 책인가? 한마디로 죽음 이후에 대한 전설 같은 책이다. 즉 사람이 마지막 숨이 끊어지고 나서 49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에 대한 상세한 과정의 설명과, 그 과정 중 어떻게 하면 해탈의 길로 갈 수 있으며, 실패 했을 때 최종 어떤 길로 가는가? 에 대한 책이다. 해당 책은 불교 종파의 한 지류인 티벳 불교 (밀교)의 고승이 집필 한 것으로 종교적 관점에서나 현재 과학으로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어릴 적부터 들어온 전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궁금하지 않은가?

자, '서장생사서'에 대해서 믿고 안 믿고는 각자 본인의 취향에 맡겨두고, 사망 이후 49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풀어보도록 하겠다. 가급적 불교 적인 용어는 생략하거나 풀어서 정리했다. 참고로 필자는 불교의 비전문가임을 밝힌다.

1)  임종 상태(사망 후 3~4일 경과) : 사람의 마지막 호흡이 정지 되고 나면 의학적으로 사망이라고 하는데, 아래 구체적 과정 중 5번 단계까지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지 않으므로 자신의 근원 체인 '제일명광'을 맞이하여 해탈 할 수 있으나, 의식이 혼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생전에 높은 수행이나 공덕을 쌓은 사람 외에는 인식하기가 쉽지 않으며, 의식이 깨어나서 맞이한 제2명광상태에서도 인식하여 해탈의 경지를 갈 수 있느냐는 생전의 수행과 선행의 결과라고 한다.

구체적 과정은 ① 호흡 정지 → ② 의식이 혼미 상태로 들어감 → ③ 사대 기반 (땅,물,불,바람)이 붕괴되는 현상을 느낌 → ④ 생명지풍이 중맥에 응집 → ⑤ 第一 明光이 나타남 → ⑥ 혼미한 의식 상태에서 제일명광을 인식하면 해탈 함 → ⑦ 제일명광 인식 실패 시, 生命之風은 좌우 맥으로 이동 → ⑧ 영혼이 淨幻身 상태로 바뀜(즉 영혼이 혼미 상태에서 깨어났으나, 육체에서 벗어난 상태이며, 죽은 육체 근처에서 배회하며, 본인의 죽음 상태를 인지하지 못함) → ⑨ 第2 明光 출현 → ⑩ 제2 명광을 인식하면  해탈의 경지로 들어가나 → ⑪ 실패시 영혼이 다시 혼미 상태에 접어듦 (3~4일간). 참고로 1번부터 10번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람의 상태 (평소의 선행, 악행,수행 정도 등)에 따라 다르나, 일반인은 밥 한 끼니 먹을 시간 정도이며, 악행을 일삼은 사람은 십 수초에 지나지 않고, 깊은 공덕을 쌓은 사람은 좀 더 길다고 하며, 11번 상태는 3~4일 정도 소요됨.

2) 저승 1단계 (法性 中陰) : 14일 동안 각종 신의 형상을 한 환상을 경험하게 됨: 영혼은 몸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意識體' 의 상태로서 혼미 상태에서 깨어나며, 평소에 저지른 업보 결과에 따라 14일 동안 각종 환영/환청을 보게됨.

구체적 과정은 ① 제 1일차 환영 : 지혜의 빛과 업보의 영향에 의한 天道之光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선택의 길은 3가지다. 지혜의 빛을 인식하면 해탈하고, 천도지관을 인식하면 천도에 이르게 되면, 선택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감. ② 제 2일차 ~ 제 7일차 : 매일 몇 분의 신의 환영이 나타나며, 동시에 악업의 영향에 의한 환영이 나타나며, 선택의 길은 신의 환영을 인식하면 해탈하고, 악업의 환영을 선택하면 6도(천도, 인도,  아수라도, 짐승도, 아귀도, 지옥도)중 하나의  길로  들어서는 윤회의 길로 가거나, 선택하지 못하면 8일차로 넘어간다. ③ 제 8일차~ 제 14일차 : 이제는 신의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거나 짐승의 얼굴로서 생김 생김이 흉악하고 무서운 '忿怒尊' 및 수문장 의 무수한 환영이 나타나며, 동시에 악 업의 영향을 받은 환영도 동시에 출현함. 사실 분노존의 생김은 흉악하나 본인의 수호신으로서 인식하면 해탈의 길로 가나, 실패하면 악업의 길로서 육도의 길로 가거나, 다음의 절차로 가게 됨

3) 저승 2단계 (投胎中陰 / 다음 생 준비 : 35일 간 온갖 고초와 환청, 고문 등을 당하게 됨 : 저승 1단계에서도 해탈하지 못했다면, 영혼은 저승 2단계인 다음 생을 준비하게 되는데, 본 단계에서는 영혼의 상태는 의식을 되찾게 되며, 의식 상태에서 온전한 신체의 형태를 느끼게 되고, 아울러 살아 있을 때는 전혀 가질 수 없는 감각의 신통력 (어느 곳이나 갈 수 있으며, 어떤 말도 들을 수 있는 등)을 갖게 되어, 본인이 죽고 나서 장례의식, 재산 분배 상황, 평상 시 거닐었던 장소 등을 자유롭게 보고, 들을 수 있으나,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다고 한다. 아울러 35일 동안 사망자 본인 생전에 지은 각종 업보에 따라 저승사자의 판결에 따라 온갖 고초와 환청, 고문 등을 당하게 된다고 하며, 전생의 인연에 따라 다음 생을 준비한다고 한다.

상기 과정이 임종 이후 저승에서 49일 동안 사망자가 겪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저승에서 사망자가 겪게 되는 각종 어려운 정황, 염라대왕 앞에서 판결을 받는 과정, 자신의 장례식을 보고 느끼는 비애 감정, 지옥에서 겪게 되는 각종 과정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으며, 아울러 조기에 해탈하여서 왕생하거나, 저승 악귀의 보복 (본인이 쌓은 업장의 결과로 마음속에서 피어 오름)을 피하는 방법이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이상이 '서장생사서'의 주요 내용이다. 어릴 적 어른들로 부터 자주 들은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지식과 괴담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실 이 책을 통독하고 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죽음을 즐겁게 맞이 할 수는 없지만, 언제가 불쑥 찾아올 죽음이라는 손님에 대해서 먼저 알고 편안하게 준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 만족이었다. 마치 무섭기만 했던 담임 선생님과 우연한 대화를 통해, 그분의 숨어있는 따뜻함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주장 하는 바는 무엇인가? 꼭 불교의 논리를 강조한 것 만은 아니다. 비록 종교적인 입장에서 사망 과정의 영생과 해탈을 이루는데 밀교의 우수성과 해탈의 방법, 그리고 법문의 유용성에 대해서 기술하였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살아있을 때 남을 위해서 덕을 쌓고 선행을 베푼다면 죽어서도 고통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아울러 혹시 주변에서 먼저 가실 분이 있다면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임종 과정을 도와 줄 수 있는 조그마한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라고 했다. 책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선의(善意)와 악의(惡意) 중 무엇을 택할 것 인가는 오로지 본인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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