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기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 박상봉 _ 전 완도금일고교장
  • 승인 2023.10.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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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_ 전 완도금일고교장

정막이 감도는 고요한 밤에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함박눈이 내리는 소리, 바람소리, 이슬비 내리는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산사의 목탁 치는 소리, 새벽의 종소리 등은 우리의 메마른 마음에 영혼을 달래주는 신비로운 자연의 소리들이었습니다. 정감이 넘치는 포근한 자연의 소리를 생기 넘치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은 정감이 넘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본래 세월이란 긴 것이지 짧다고 한탄할 일은 아니다. 천지는 본래 크고 넓으며, 그 속에 무엇이고 포용하지 못할 것이 없다. 다만 사람의 마음이 좁아 세상은 활개를 펼 수 없이 좁은 거라고 한탄하는 것이다."

보세요! 춘하추동은 다 각기 가진바 풍월이 있습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좋고, 가을에는 단풍과 달이 좋고, 겨울에는 흰 눈이 곱지 않나요?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이 아름다운 자연의 운치에 대해서 장님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한 해가 저무는 초겨울 삼경에 지는 달을 보는 여인의 마음은 그달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요? 눈으로만 보면 그 달은 그저 맑은 달로만 보일 것이나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 달은 연정을 느끼는 아름다움으로 보일 것입니다.

대자연을 큰 눈으로 본다면 꾀꼬리의 울음이나 개구리의 울음이나 다 생명의 노래입니다. 아름다운 꽃이나 잡초도 다 같이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의 모습입니다. 만약 자기의 감정을 떠나 공평하게 하늘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꾀꼬리의 울음소리나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모두 천연의 묘기에서 나온 소리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이 천리를 깊이 따를수록 도량이 넓어집니다. 자기감정에 치우치면 도량이 좁아지고 천연의 묘기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골짜기의 눈은 녹아 냇물이 되어 흐르고, 냇물은 흘러 강물과 합쳐집니다.

핀 꽃은 지고, 다시 새싹이 돋습니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머리숱이 적어지고 이가 빠지며, 어제의 모습이 아닙니다. 바위도 오랜 풍상으로 깎이고 닳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게 그대로 있는 것이란 하나도 없고 변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내 영혼이 맑아지고 아름답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숲은 마음의 평정을 가져옵니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는 녹음이 짙은 숲속을 산책하면 기분도 상쾌하고 막혔던 기가 트입니다.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어머님의 품속에서 평온하게 자게 하는 어머님의 자장가 소리와도 같은 포근함과 베토벤의 교향곡의 음악 소리처럼 부드러움과 웅장함, 때로는 강하고 잔잔한 멜로디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잠재웁니다. 더욱이 맑은 숲의 공기와 푸른 잎에서 발산하는 산소는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로 대 생명력의 기를 보강해 줌으로써 마음속에서 마음속까지 후련하고 시원하게 합니다.

그래서 숲속은 자연이 주는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변화와 반복에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마음이 상쾌하고 후련하면 우리 몸의 세포가 일직선으로 나열하면서 나쁜 기를 모두 물리치고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것은 마음이 느껴 상쾌하다고 하므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요법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므로 아주 심한 중병일지라도 자연 치유가 가능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 자연을 보세요! 고요한 숲에 들어가면 더할 수 없는 마음의 안정과 포근함을 선사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눈으로 자연을 보고 느끼며 내가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것과 마음으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욕심을 모두 다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더욱 몸이 가벼워 내 정신이 맑아지고 영혼이 좋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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