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파 시인 김현구, 그의 삶과 문학 꽃 피우다"
"시문학파 시인 김현구, 그의 삶과 문학 꽃 피우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3.09.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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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현구를 추억하다' 주제로 제4회 현구문화제 개최

 

시문학파는 1930년대 시문학을 중심으로 순수시 운동을 전개했던 시인들이다. 참여 동인은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 보 등이다. 이들은 당시 풍미했던 카프문학과 감각적 모더니즘에 휩쓸리지 않은 채 이 땅에 순수문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모태가 되었다.

문학의 토대를 만들고 그 위에 기틀을 올린 시문학파 동인 멤버인 강진읍 서성리 출신 현구(玄鳩) 김현구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시문학파의 주요 인물중 하나였다. 현구기념사업회에서는 오는 22일 제4회 현구문학제를 3일의 일정으로 기획하여 시에 담긴 강점기 암울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삶, 문학을 재조명한다.

김현구 시인은 강진읍 서성리에서 태어났으며, 배재고등보통학교와 일본에서 수학한 경력이 있다. 1920년 고향으로 귀향하여 강진읍 북산의 병풍바위와 비둘기바위를 벗 삼아 시를 썼다. 귀향 1년 뒤 김현구 시인은 영랑, 차부진 등과 靑丘(청구)라는 동인집을 발간하는 등 본격적인 시작에 몰두하였다.

지난 1930년 영랑과 용아의 천거로 詩文學(시문학)지 2호에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 물 위에 뜬 갈매기, 거룩한 봄과 슬픈 봄, 적멸 등의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그 후에도 풀 우에 누워, 내 마음 사는 곳, 길, 산비달기 같은 등의 시를 발표하며 활발한 시단 활동을 벌였다. 그의 시는 자연과 인생에서 느낀 감정을 부드러운 가락에 담고 있으며, 순수시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구 시인은 1914년 시집 무상을 출간하려 했으나 시대는 일제강점기로 일본의 검열로 인해 무산되었고, 1950년에 사망했다.

 

그의 유고들은 사후 20년 만에 유족들을 비롯한 현구기념사업회에 의해 1970년에 현구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현구의 시가 조명되었다. 이에 강진군에서는 강진군립도서관 앞의 영랑시비가 마주 보이는 자리에 현구 시비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 2012년 김현구를 비롯한 시문학파 9인을 기리는 시문학파기념관이 건립되었다. 지난 2017년부터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발한 시단 활동을 한 지역의 대표 시인이였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며 묻혀져 버린 현구 시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현구문학상 수여 및 문학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현구기념사업회 김명희 회장은 "김현구 시인은 1930년대 시문학으로 활동했던 9인 시인중 한분이지만 전혀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학상과 문학제를 격상시켜 강진문학인들을 더 발굴하고, 외부에서 찾는 문학인들의 문학기행을 강진에서 한달살기 등을 추진해 현구선생에 대한 시문학에 역점을 두고 연구하여 현구선생의 문학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1950년대 낙화정에서 10월10일날 좌익으로부터 포박을 당하여 죽임을 당했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3.1탑 인근에 현구시비 건립 일들도 추진중이다"며 "현구기념사업회에서는 앞으로 현구시낭송회, 현구백일장 등도 갖고 현구 선생의 문학정신을 선양하고 펼쳐나가고 키워가고 싶다. 다각적인 문화콘텐츠를 통해 현구 시인을 더 아는 동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네 해째 열리는 현구문학제는 '현구를 추억하다' 주제아래 시문학파 김현구의 단순한 문학 행사에서 벗어나 김현구의 삶과 그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다. 행사에는 시문학파기념관과 생가와 연계하여 특별강연부터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하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콘텐츠들로 구성된 문화종합예술축제로 선보인다. 제4회 현구문학제에는 문학세계와 삶을 조명하고자 현구 선생의 시로 작곡한 노래, 시낭송, 특별강연, 전시 등 프로그램이 대거 기획됐다.

 

올해 처음으로 기획된 학술분야에는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최한선 교수가 지금까지 현구 선생의 삶과 문학에 대해 발표되지 않은 미제들을 연구하여 발표한다. 전시분야에서는 생전의 유품을 통해 현구 선생을 만나는 특별전이 열린다. 시문학파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개막일부터 3일간 현구 육필원고 및 유품 만남을 갖는다. 특별전에는 자연과 인생에서 느낀 감정을 부드러운 가락에 담아 낸 1930년 3월 꽃바람, 1929년 3월 떠도는 마음, 풀캐는 색시 등 생전에 남긴 85편의 시중 원본 일부가 전시된다. 또 족보와 현구 시인의 가족사진 등 유품도 만나 볼수 있다.

또한 현구문학제에는 시가 있는 현구 생가 부제목 아래 상설전시회도 마련된다. 전시회에는 30대 초반의 현구 시인 사진, 1930년 무렵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부모님과 자녀와 함께한 흑백사진이 생가에 비취 된다. 생가에는 현구 시인의 대표시 30여점을 전시하여 발걸음한 이들과 그의 문학세계와 삶속으로 떠난다.

공연분야에는 현구 시인의 시가 아름다운 음성으로 수놓아진다. 강진합창단에서 김송자 지휘자와 단원들이 임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 대표시로 작곡한 합창으로 현구시인의 시 사상을 드높인다. 또 김미순, 천명순 씨의 통기타연주에 시인의 현구(玄鳩) 호가 된 검은 비둘기 시를 노래와 시낭송으로, 소프라노 박준영 씨가 이승규 작곡가가 작곡한 황혼, 떠나가는 배 시를 가곡으로 노래해 함께한 이들에게 현구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현구생가에서 강진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현구길산책이 오전, 오후 2회 진행된다. 해설사가 현구 선생 일대기를 들려주고 생가를 출발하여 벗 삼아 시를 썼던 북산 비둘기바위로 이어지는 서성리 안길을 돌아 시 세계를 엿보고, 현구선생이 영랑선생의 집을 오가며 시상을 떠올렸던 탑동길을 걸으며 시인이 되어본다. 또 시문학파기념관에 전시된 시인 육필을 보고, 시의 소재가 된 탑동샘에서 시 기행을 떠나고, 생가에 머물며 다도도 체험한다.

문학제에는 현구 문학제를 즐기며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주어 오래토록 현구 시인을 가슴에 담도록 한다.

"나의 아버지는 시대를 걱정했다" 
인터뷰 - 김현구 시인의 장남 김문배 선생

어려운 여건에도 부친의 문학정신과 삶을 조명하고 문화예술을 지켜 준 강진군과 현구기념사업회에 감사드린다는 장남 김문배 씨.

김 씨는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초대관장은 강진군민들이 현구 시인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나의 아버지를 연구하여 교수를 초빙하여 강연과 현구문학제도 열어 문학적 보존사업과 문학축제로 성장 시켰다"며 "하지만 생가가 아직 미완성이다 마당 조경사업이 추진돼 시비를 세우고, 생가명은 아버지 호 비둘기로 생각해 본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아버지는 성격은 곧고 완고한 편이었고 가족을 무척 사랑했던 분이었다"며 "내가 11살 때 6.25를 겪었고 하늘에서 폭격기 8여대가 폭격했고, 도암 방개로 피신했고 쌀이 떨어졌을때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먹을 것을 구해와 우리를 지키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 '고독' 시 중 붉은 환난속에서 대목은 양반과 상놈이 서로를 몰아세워 어렵던 시절이 담겼다"며 "자화상인 검정비둘기 시에는 2차 참혹상, 세계 모순으로 인한 시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어릴적 영랑생가에 심부름 갈때면 아버지와 영랑선생 등 3~4명이 사랑채에 모여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시던 기억이 난다"며 "강진군에서 아버지 생가복원과 업적을 알리는데 작으나마 보답코자 9남매가 30여년 넘게 장학금을 전해온다. 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에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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