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茶主 여연스님 '쉽고 친절한 동다송 이야기'
해인총림 茶主 여연스님 '쉽고 친절한 동다송 이야기'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3.08.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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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여연스님, 한의사와 함께 쓴 과학적 차생활 안내서 펴내

 

17년만의 차 관련 신간, 핵심논쟁엔 명쾌한 입장

오랜 세월 초의차에 몰두해 온 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여연스님이 최근 새로 그리는 우리차의 오늘과 내일을 담은 '여연스님의 동다송 이야기'를 펴냈다. 

만덕산 백련사 주지스님을 지낸 여연스님은 우리나라 차문화의 산증인이다. 1970년대 후반 다솔사의 효당 스님에게 차를 배운 뒤로 오늘날까지 한국 차계를 실질적으로 이끈 스님이자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이번 동다송 이야기는 여연스님이 차문화 이론, 제다, 다례 등 차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담아 17년만에 펴낸 신작이다.

책에는 다산이 초의에게 제다법을 가르쳤다는 이유원의 기록에 근거해 많은 학자가 이런 주장을 내놓는 현실에서 여연스님과 공저자인 나웅인 한의사는 과거 기록, 특히 다산과 이유원의 행장을 점검해 주장이 왜 성립될 수 없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저자가 한 권의 책을 공저함으로써 상호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논리와 근거에 기반을 둔 주장을 담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책 공저자인 나웅인 원장은 여연스님과 함께 오랜세월 차생활을 해온 차인이다.

동다송(東茶頌)은 초의스님의 우리 차의 탁월한 색향기미(色香氣味)를 노래한 글이다. 

여연스님의 이번 책의 목표는 동다송을 최대한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읽어 보자는 것이다. 동다송은 여연스님이 찾아낸 본격적인 연구서만 26권에 이를 정도다. 이에 동다송에 대한 해묵은 해석과 해설의 문제점을 일일이 점검하여 가장 엄밀하면서도 체계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또 우리말로 직역한 한글 동다송을 함께 제시하여 한자와 한문이 낯선 초심자라도 누구나 동다송의 참맛과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여연스님만의 한글 버전이다.

동다송 이야기의 초의, 다산, 추사는 우리 차문화사에서 매우 중추적인 인물들이자 수많은 논란의 주인공이다. 예컨대 다산이 제자뻘인 초의에게 차 만드는 법을 가르쳤고, 그 제다법의 핵심은 구증구포라는 주장이 있다. 오랫동안 이 초의차의 정체에 몰두해온 여연스님의 결론은 초의차가 특정한 한 가지 형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볼 때 덖음 녹차도 있고 떡차도 있으며 발효차 형태의 차도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또 초의선사가 5종차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도 이번 책을 통해 담아 저자인 여연스님의 결론은 명쾌하기만 하다. 다른 한편으로 초의차는 선승이 추구하던 다선일미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신적인 의미의 초의차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시가 이번 책에 실렸다.

추사의 부친 김노경이 일지암에 방문했을 당시 초의선사가 일지암의 샘물인 '유천'을 주제로 지은 시가 그것이다. 또한 책에는 나 원장과 찻물에 관한 과거의 기록들을 끌어모아 분석하고, 오늘의 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찻물의 범위를 안내하는 등 현대인의 차생활을 위한 실질적인 안내서도 담겼다.

여연스님은 합천 해인사에서 다주(茶主)로 주석하면서 해남의 반야다원에서 차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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