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책, 명심보감(銘心寶監)
마음을 다스리는 책, 명심보감(銘心寶監)
  • 강진신문
  • 승인 2023.08.0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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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25)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7월의 장마 기운이 매섭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가뭄으로 단비를 기다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연일 쏟아지는 폭우에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자연 변화에 심란하기만 하다. 이런 날이면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는 고전을 읽는 것도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다.

지난번 서울에 다녀오면서 서점에 들렀다. 무슨 책을 사 볼 것인가? 책방을 휘둘러보다 결국 두 권의 책을 샀다. 명심보감과 법구경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어릴 적 많이 들어 본 책이다. 우리 세대는 서당은 사라지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였다. 형님만 하더라도 서당에 다니셨지만, 필자는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당 입문은 없었다. 하지만 형님의 서당 공부 중 천자문, 사자소학, 명심보감은 익히 봐왔다.

무릎 꿇고 고개 좌우로 흔들어가며 한자 외우던 형님의 모습이 선했다. 그 후 한글 사랑 정책으로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지면서 명심보감은 더욱 멀어진 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중국 생활을 25년간 하면서 한자 문화를 더욱 가까이하게 되었고, 중국 고전과 역사 문집을 좋아하게 되었다.

명심보감은 무슨 책인가? 채근담과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의 지론인데, 특히 한창 성장해야 할 청소년에게 세상을 바르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과 길을 알려 주는 책이다.

명심보감은 1393년 중국 명 나라의 범립본(范立本)이 자녀 교육과 사회 안정을 위해 편찬한 <명심보감 상·하>를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제학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이 편찬한 것이다.
<명심보감>은 선행에 관한 '계선편(繼善篇)',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살아야 한다는 '천명편(天命篇)', 어버이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효행편(孝行篇)', 세상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정기편(正氣篇)', 자신의 직분, 환경, 조건 등에 만족하여 편안한 삶을 살기를 권하는 '안분편(安分篇)',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 하라는 '존심편( 存心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심보감에 인용되는 인물과 저작물은 매우 광범위하다. 공자, 맹자 등의 유가 사상가, 장자, 열자 등의 도가 사상가, 강태공, 사마광 등의 정치가, 당태종, 송휘종 등의 제왕들, 도연명, 소동파 등 문인들, 주돈이, 정호, 정이, 주희 등의 성리학자들, 그리고 도교의 여러 신선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금언과 격언, 좌우명 등이 실려있다.

가히 중국 고대사의 인물 전을 방불케 한다. 아울러 명심보감에 인용되는 서적은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사기> 등 다양한 책들이 발췌 본으로 쓰이고 있다.

명심보감을 읽으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괜히 좋은 말씀 몇 개 안다고 주변에 아는 체해서 눈총만 받는 것 아닌가? 본인 하기 나름이다. 궁극적으로 인생은 자기 스스로의 것이다. 어느 인생이 불행을 원하겠는가? 성공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어느 인생은 행복해하고 어느 인생은 불행하다고 하면서 하늘을 탓하고 부모를 원망하며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며 자신을 한탄하고 있다.

명심보감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말해주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겪게 되는 관계는 부모와 자식,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 친구 사이, 그리고 직장인의 상하 관계 등이 있다. 결국이 피할 수 없는 관계가 우리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행복할 수 있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명언이다. 좋든 나쁘든 어쩔 수 없이 맺어진 다양한 숙명의 인간 관계를 잘 극복해야 하며 오히려 좋은 인연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행복의 원천이며, 결국 자기 생각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평상시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하고 도움이 되는 책을 통해서 참고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명심보감은 아주 좋은 책이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혀 주는 보배로운 거울' 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선현들의 주옥같은 얘기와 실화가 담겨 있다. 물론 수백 년 전에 씌어 진 것이라 현대 시각으로 본다면 부분적으로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많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이 걸러서 보면 된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도 다 수용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세상 살면서 정답은 없다.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마음대로 안되고,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들었지만 거기서 거기였다면, 명심보감의 단문 몇 구절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고,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열심히 살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고, 주변에는 못된 놈이 더 잘 살고 착한 사람만 유독 손해 본 것 같은 모순된 현실, 그래서 세상 살아가는 것이 괜히 힘들고 유독 혼자만 더욱 외롭고 고달프다고 생각될 때, 명심보감 속을 들여다 보면 의외로 옛 성인들의 괜찮은 명언 한 마디가 우리 가슴에 얹힌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 줄 수도 있다.
아래 몇 마디는 필자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을 골랐다.

▶ 사마온공이 말하길, '돈을 모아 자손에게 넘겨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킨다고 볼 수 없으며,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넘겨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남모르는 가운데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것만 같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 소강절 선생이 말하기를, '하늘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른데 어느 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을 것인가, 높지도 멀지도 않다. 모두가 다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하였다.
▶ 공자가 말하길,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라고 하였다.
▶ 노자가 말하길, '만족할 줄 알면 평생토록 욕되지 않고 중간에 그칠 줄 알면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하였다.
▶ 이미 심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졌거든 모름지기 예측할 수 없는 근심을 방비해야 한다.
▶ 미래를 알려 거든 먼저 지나간 일을 살펴보아야 한다.
▶ 복이 있다고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진다. 권세가 있다고 함부로 부리지 마라. 권세가 멀어지면 원수와 다시 만난다. 복이 있거든 항상 스스로 아끼고 권세가 있거든 항상 남에게 공손해라.
▶ 허경종이 말하길,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 길가는 사람은 그 진창을 싫어하고, 가을 달빛은 환하게 밝으나 도둑은 그 달빛을 싫어한다.'
▶ 소동파가 이르길, '아무 까닭 없이 천금을 얻는다면 큰 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온다.' 라고 하였다.

명심보감(銘心寶監)은 고려 시대에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이후, 옛날 서당 교육이 이루어진 시기에 <천자문>, <사자소학>을 배우고 난 뒤 기본적으로 배워야 했던 필수교재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문화와 문명의 기준이 일부 변했다고 하더라도 삶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본적인 도리는 변치 않았으며, 그런 측면에서 <명심보감>은 삶의 온전한 기준과 기쁨을 선사하는 영원한 고전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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