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춘 시니어
[기고] 청춘 시니어
  • 김학나 _ 시인
  • 승인 2023.07.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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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나 _ 시인

나는 지금 분명한 것은 익어가는 중은 아니며 이제 본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60세, 70세는 한창이라고 항간에서는 이야기하며 모든 사회적 제도 또한 변화하며 끝없이 줄기차게 흘러가고 행해진다.

예전에는 환갑잔치 상을 받거나 하면 그 노인은 부러움의 대상자로 복인 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갔다. 이제는 시니어가 사회적 이슈로 당당히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지 않는가! 시니어들만의 마케팅이 형성되고 많은 수익성을 내기도 한다. 

어느 날, "할머니 할머니" 재차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나와 나를 부른 듯한 내 눈 속으로 들어오는 단발머리 소녀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순간 나는 당황하며  내 가슴을 가리키면서 "나" 하고 물었다. 소녀는  머플러가 흘러내렸다면서 얼른 내 목에 머플러를 둘둘 돌려놓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색한 눈인사를 건네며 총총히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잠시 멍하니 서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 아…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목에 감긴 머플러를 내 손으로 쓸어내리며 한 발짝 두 발짝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할머니란 단어가 나에게는 참으로 생소했던 것이다. 소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네…아차 싶은 마음에 다시 뒤를 돌아다보았으나 이미 소녀는 가고 보이지 않았다. 감사와 쓴웃음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내 나이에 걸맞게 조금은 '어리버리' 하니 살고 있다. 손주가 셋이나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은 이미 벌써 내가 더 젊어서부터도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하지만 타인의 입을 통하여서 할머니란 호칭을 들으니 이제는 다 살았을까 나에게 되묻기도 했다.

"아니야! 인생은 60세부터라고 노래도 나오곤 했잖아" 나는 스스로 위로하며, 2015년 즈음 한국 음반계를 주름잡은 반 민요풍의 노래 '백 세 인생'을 흥얼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90년대에는 칠순만 되어도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대 현재는 칠순은 여전히 청년같이 느껴진단다. 그렇다.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나이와 관계없이 젊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 나이에 0.7을 곱해야 진짜 자신의 나이가 된다고 말할 정도로 현대의 시니어들은 매우 젊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엄지로 꼽으면서 생활패턴을 세밀히 계획하며 건강하게 익어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 또한 봉사와 긍정적인 사고방식 양질의 식단 조절, 소일거리, 꾸준한 운동, 정기적인 건강 검진 등을 꼼꼼하게 실천하므로 현재의 나이보다 젊고 활기차게 살아 가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그리고 절대로 애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굳은 다짐이 정신 줄을 탄탄하게 붙잡을 수 있는 힘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생활의 다짐은 남편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다. 남편은 참으로 근면 성실한 사람이다. 4시 30분에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120분 이상 걷고 집에서는 자전거 타기 등을 계획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반면에 나는 남편처럼 규칙적인 생활 못 하고 있다.

이제 나도 규칙적인 몸 관리로 좀 더 활력있는 생활해야지. 이웃집에 내가 마을로 이사 오기 전부터 그 자리에 서있던 홍목련! 내가 서울서 내려온 그해 봄에도 매혹적인 진보라 꽃잎을 한껏 펼치며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며 서있었다. 봄은 어김없이 오나 누구에게 한 번도 자리를 내어준 적 없이 진보라의 꽃잎을 맘껏 펼쳐 보이며 피어난다.

아름답다는 칭찬과 사랑을 받으며 곷피운다. 한 달, 두 달! 진홍의 예쁜 옷은 햇빛과 바람, 먼지에게 시달리며 조금씩 조금씩 아름다운 모습은 퇴색되어 가고 결국에는 시샘하는 비바람에 두 손 번쩍 들고 푸르른 잎사귀에게 다 내어주고 낙화의 길을 외롭게 떠난다. 어쩌면 이 꽃의 삶이 시니어 삶에서 더욱 심오한 길을 떠나는 본향을 향하며 순례자의 길을 걷는 내 발자국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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