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영웅은 과연 멀리만 있을까?
[다산로] 영웅은 과연 멀리만 있을까?
  • 김재완 _ 시인
  • 승인 2023.07.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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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_ 시인

세계 4대 성인은 '예수', '석가모니', '공자' 그리고 '소크라테스' 라고 일컫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모에 대한 동경은 고대나 현대에도 지성과 재력과 더불어 동급으로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에 문득 '소크라테스'의 기이한 외모를 떠올린다.

아테네에서 석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귀족 가문의 자제들의 기품 있는 미모와 현란한 화술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문화가 중심이 된 고향에서 모난 돌이었다. 성지라고 일컬어지는 성인들의 탄생지는 의외로 초라해서 더욱 경건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제자인 '플라톤'은 전형적인 귀족의 로망이었고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대화'라는 저서에 이식(?)함으로써 함께 철학의 거인이 되는 기회를 잡았고 거만한 아테네의 귀족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본인의 의지와 하등에 상관이 없이 제자를 통한 집단지성의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BC500 년에 벌써 '소크라테스'는 신분상승이 보장되는 공직을 개인의 이권과 무관한 삶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꺼이 거부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 충돌 법'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와중에 그의 철학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울러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학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된 궁극은 '자신의 무지 조차도 모른다는 사실의 무지' 여기서도 왜 무슨 이유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일들이 횡행하는 현실이 그가 왜 지성인인지 증명한다.

실존하는 영웅은 없고 부존재 하는 영웅으로 우리들은 위로를 받고 그들을 기린다. 생각건대, 진심어린 관심과 응원을 해주신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나에겐 영웅이셨고 이젤과 물감을 선물해준 중딩 친구도 나의 영웅인데 나의 일기에 따뜻한 숨결이라도 불어넣고 싶은 설렘 앞에서 내 고향의 히어로는 왜 없을까를 되뇐다.

그렇다 아웃도어 패션이 대한민국을 점령했다시피 했을 때 장례식장도 예식장도 온통 브랜드 있는 등산복으로 뒤덮였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동질감에서 오는 안정감과 소속감의 발로라고도 평했고 아줌마 파마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이어진 상념은 나만이 인정하는 나만의 히어로는 너무나 작은 마을에서 하잘 것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장삼이사여서 큰 시장에 내놓지 못한 구겨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슬며시 손절을 하지 않았을까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소크라테스도 고향에서는 심한 모멸감과 무시를 당했다고 하니 나의 못난 생각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배구에서도 '김연경' 같은 거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토스를 잘 올려준 김수지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손흥민'의 킥을 자유롭게 해주는 이강인의 패스가, '유퀴즈'의 서브인 '조세호'의 투박한 순수함이 '유재석'을 빛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작은 곳에서나 가까운 곳에서 타인을 반짝반짝 돋보이게 해주는 서브 인생을 기꺼이 살고 있는 영웅들을 만나야 한다.

강진 시장통 작은 식당에서의 일이다. 시래기국이 일품인 집인데 그날따라 보이지 않은 시래기가 그리웠으나 말없이 먹고 계산을 하는데 2천원이 잘못 계산된 것이 아닌가?

"사장님 2천원을 덜 받으셨는데요?" "아~ 시래기가 떨어져서 미안한 마음에서요" 충분히 다른 찬으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그분의 말씀은 아~ 진한 감동이 식당 입구 문을 덜컹거리게 했다.
시내버스에서 껄렁한 남학생이 카드를 대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멘트가 학생을 당황하게 하는 찰나, 기사님의 조용한 말씀 "학생 한 번 더 대봐요~ 초등학생으로 찍을게요!" 순간에 껄렁대던 고딩은 공손 모드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흐뭇해지는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그리하여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이 인문학의 선봉장에서 혹세무민한 세속에 명징한 철학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면 우리 곁의 가까운 이웃들의 선한 영향력은 주차위반을 하지 않고 부족함을 다른 것으로 채워주고 배고픈 자를 위하여 일요일에도 기꺼이 식당 문을 열어두고- 그들이 영웅인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그들을 닮고 싶다면 굳이 소크라테스가 나의 영웅이겠는가? 가까이 있는 내 영웅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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