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을 볼 것인가, 읽을 것인가
[기고] 책을 볼 것인가, 읽을 것인가
  • 이상원 _ 강진군도서관
  • 승인 2023.06.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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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_ 강진군도서관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시대를 리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이유는 바로 자녀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어른들도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 권이라도 읽으려고 힘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마주할 때가 많다. 분주한 삶, 일, 때론 스마트폰이 발목을 잡는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와 같은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단순한 지식 뿐 아니라 오랜 세월 사유로 얻은 결과물, 지식과 정보, 수준 높은 논문 등도 인터넷 검색이나 챗봇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다. 엄청난 세상이다.

언제부턴가 독서는 우선순위 밖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짜 독서가 중요하다. 도서관 사서로서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결국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로 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달리 말하면,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 필요해졌다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꾸준히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또 감사하다. 하지만 시대를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면 독서의 행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책을 보고 있는지, 읽고 있는지를 말이다.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책은 읽어야 할까, 봐야 할까? 모두 ‘읽어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당연히 읽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 스마트폰은 본다고 하는가, 읽는다고 하는가? 대부분 ‘본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럼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는 뭘까? 사전을 찾아보면 ‘보다’는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라고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것에 관심을 둘 때 ‘본다’고 하는 것이다. ‘읽다’는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라고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글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글 속에 담긴 뜻을 살필 때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느냐, 보느냐의 차이는 현상을 보느냐, 본질을 보느냐의 차이다.

현상은 누구나 볼 수 있어서 현상만으로는 깊이를 더할 수 없다. 현상으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생각과 논리를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본질은 아무나 볼 수 없다. 훈련된 사람만이 볼 수 있다. 책을 제대로 읽는 훈련이 된 사람만이 겉으로 드러난 그 이상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훈련되지 않아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보는 것에 머문 경우가 많다. 물론 장르에 따라 보는 용도로 출판된 책이 있지만, 그런 책도 읽어내는 사람만이 넓이와 깊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책을 읽자. 겉으로 드러난 것에 매몰되지 말고, 본질을 파악하자. 텍스트에 숨겨진 뜻을 찾자. 저자의 의도를 밝히자.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텍스트 너머를 볼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에 논리를 덧입히고, 이야기를 덧입히면 나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강진군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아니 더 많이 찾아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독서동아리를 이용해보자.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하루 저녁 조용히 모여 대화 없이 오로지 책만 읽고 헤어지는 동아리도 있다. 도서관 방문 자체가 부담된다면 네이버 밴드로만 활동하는 동아리도 여럿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다양한 동아리를 통해, 보는 것을 뛰어넘어 읽어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읽어낼 때 사람도, 지역사회도 더욱 나아지지 않겠는가. 필자 역시 책 많이 읽는 지역사회를 위해 앞으로도 본분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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