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노인요양원, 어르신들은 잘 계신가요?
[다산로] 노인요양원, 어르신들은 잘 계신가요?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6.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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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반이 다 되어간다. 이제 마지막 학기에는 현장 실습이 필수라고 한다. 그것도 160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곳으로 실습을 가야 하는가? 우선 매일 출퇴근 감안하여 강진읍의 <노인요양원>을 선택했다. 과연 요양원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약간 설레면서도 불안감이 마음 한곁을 메웠다.

사실 필자도 법적으로 노인이다. 노인이 새삼 사회복지사 공부하겠다고 나서고, 그렇잖아도 늙어가는 인생을 노인요양원에서 지름길로 노인의 경험을 쌓아야 한단 말이냐? 라고 핀잔주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별거 없다.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후 새로운 일자리 찾겠다는 생각 없고, 거창하게 사회복지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있는 것도 아니나, 현대사회의 복지가 화두인데 과연 사회복지는 무엇이며,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에 대해서 궁금하던 차에 지인의 소개가 있어서 불쑥 관심이 생긴 것이다. 누가 아는가?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말이다.

<노인요양원>은 2005년에 노인요양원으로 시작했다고 하니, 비교적 이른 시기에 노인복지를 위해 출발한 셈이다. 해당 요양원에는 치매와 중증으로 입소하신 어르신이 90%에 달하며, 자력으로 걸을 수 있는 어르신이 10% 정도였다. 즉,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고 어르신들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심리적 불편함이 있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고생하고 계시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5일 정도 지나고 나니,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손을 잡고 노래하고, 춤추며 가까워졌다. 어느 어르신은 미술이나 만들기를 좋아하시고, 어느 어머님은 이제 곧 백 살이라고 자랑하시며, 어느 어르신은 동네 아짐처럼 눈빛으로 윙크하시고, 어느 어르신은 막걸리 한 잔 생각난다며 회상에 젖으시고, 어느 할머니는 모든 노래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낭랑한 목소리로 불러대시고, 어느 어머님은 차표 한장 끊어달라고 생떼를 쓰시기도 한다. 바람 불고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에는 어르신들의 마음도 우울해지나 보다. 아침부터 아들을 찾고, 떠나가신 옛 분을 들먹이시고, 사소한 일로 다투시거나 화를 내시곤 한다.

이렇게 저렇게 어르신들과 어울리고 배우고 느끼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제 어르신들과 친구처럼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고, 눈 한번 찡긋 함으로 속내를 알려주는 할머니도 있으며, 멍하니 젊은 오빠 쳐다보는 팬도 생겼다. 한 달간의 요양원 실습, 무엇을 느꼈는가? 사람의 마음이다. 예전에도 치매와 중증으로 고생하신 어르신은 계셨다. 그때는 오롯이 가족의 책임이었고 몫이었다. 하지만 가족 간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오죽했으면 '3년 병수발 끝에 효자, 효부 없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요즘 세상 좋아졌다. 복지의 현실화가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복지의 최일선인 요양원에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정된 예산, 특히 입소 어르신 인원에 따라서 지급되는 예산은 안정적인 요양원 운영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일정한 규모가 되면 프로그램이나 각종 규모의 지출은 똑같은데, 입소 인원이 줄어들면 수입은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입소 인원 확보를 위해서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가 영업의 일선을 담당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요즘 보호자들의 어르신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관심과 배려는 다른 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편이다. 가는 세월, 노후화된 신체, 깊어진 치매를 요양원에서 정상인으로 회복시킬 수는 없다. 보호자의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요양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종합적으로 노인 요양원은 치매와 중증 어르신을 모시는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을 대신 담당해 주고 있는 복지 기관이다. 아울러 요양원은 돈을 버는 영리단체가 아니다.
열심히 고생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명절이면 보너스 한 번 줄 수 없어서 죄송하다는 예산담당자의 고뇌 어린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다른 요양원이나 기타 사회복지시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들의 부모님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지역사회와 기업 및 각 가정이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따뜻한 배려와 후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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