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 그리고 사람들
[서평] 나 그리고 사람들
  • 강진신문
  • 승인 2022.12.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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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_ 김순임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이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주의 중심에는 내가 있고, 나 그리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삶이 소설이라고 하면 모두가 주인공인 사람들. 그들 50명의 이름과 삶, 일과 생활의 조각들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고 흐렸지만 작가의 소설 속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처럼 선명해졌다.

작가는 "아무것도 놓이지 않는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그렇게 맞추다 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주인공 송수정. 말기 유방암에 걸린 엄마 때문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는 딸.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 근사한 장례식. '엄마가 고전무용을 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P13) 『피프티 피플』은 이렇게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엮어지면서 모두가 주인공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피프티 피플 / 정세랑 지음

 

인상 깊었던 주인공은 의사 이기윤. 응급실. 그 남자는 56번을 찔린 채 실려 왔다. "열자. 심장마사지 가자."세 번째로 환자의 심장이 멎었을 때, 외상외과 펠로 선생님이 지시했다. 끝의 끝까지. 응급실이 피바다가 되도록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존경할 만한 선배였다.(P15) 심폐소생술을 하고 나면 찾아오는 참기 어려운 허기를 해결하며 기윤은 다음 당직에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고가 내려가도 지속되는 것들이 간절했다.(P20)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도마뱀 조프와 친구들」을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사연으로 영화를 보러 왔다. 영화상영 중간에 지하 슈퍼마켓 공사장의 화재로 인하여 하마터면 주인공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다행스럽게도 사고로 아무도 죽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진한 감동을 느꼈다. 나의 일상을 닮아서일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라서 일까. 다시 책장을 넘겨본다. 감동의 여운이 남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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