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적은 아니지만 기적처럼 느껴지는 일
[서평] 기적은 아니지만 기적처럼 느껴지는 일
  • 강진신문
  • 승인 2022.10.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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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_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칸 영화제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웬만해선 많은 사람들이 거의 다 아는 영화다. 영화를 관람한 우리는 난해한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영화 종료 후 해설가의 덧붙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문학과 영화. 평론가의 해설이 필요한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허희 평론가의 비평을 듣고 싶다.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은 문학평론가 허희의 첫 산문집이다. 작가는 문학과 영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2012년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평론 부분)을 수상하였고, 비평집 <시차의 영도>를 집필하였다.

작가는 "부끄러운 나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억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모순된 욕망이 충돌하면서 비평을 쓰는 현재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고백한다. 작가는 교보문고의 낭만서점이라는 책 팟캐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의 식견과 비전문가의 견해가 어우러진 대화와 '공감의 비평' 진행으로 애청자들이 많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이 이동시간을 이용해 감성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책에서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거만한 어린 고양이에게 변변한 대꾸조차 못했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 공감이 되기도 했다.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 허희 지음

 

"근심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지 슬픈 소리가 난다."  못마땅한 상대의 언행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못마땅한 상대의 속에 감춰진 입장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쉬운 것보다 쉽지 않은 것을 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고양이도 그렇게 하고 있다. (P101)

책에 소개된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에서는 사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활동을 통해서 자기만의 고유한 삶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작가는 "우리는 시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시간을 사유해보아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생겨난다. 그리고 시간에 끌려 다니지 않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산문집에는 꽤 많은 책과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문학평론가로서 그간 작가가 많은 책과 영화를 섭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소개된 책 중에는 내가 읽었던 책, 그리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읽고 싶다. 야간 비행을 하는 조종사의 눈을 빌려 '어느새 인간의 삶을 뒤덮은 모든 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깊은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가 알려줬던 사랑과 시간에 대해, 그리고 책과 영화를 통해 문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 이 책을 통해 가능하다. 독자들에게 허희 산문집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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