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은 글로 써야한다.
[서평] 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은 글로 써야한다.
  • 강진신문
  • 승인 2022.10.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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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_ 우리들서평단 정인숙

'참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삶일까? 사람마다 우선순위를 매기는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면이 많다보니 명문대학 졸업자,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 또는 성공한 CEO를 성공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인데, 양다솔 작가의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양다솔 작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삶에서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직업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없으며 미래에 대한 특별한 계획도 없다. 유일한 경제적 활동은 연재 메일링 서비스 뿐이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가난의 흔적은 찾기 힘들며 마음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부자인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매일 울면서 무표정으로 직장을 다니면서도 도시락을 정성을 다해 자정까지 만드는 장면은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사흘에 한 번씩 집 앞으로 수박이 도착했다. 여름이 왔다는 뜻이다. 냉장고에 시원한 수박이 없는 여름은 추방이다. 슬슬 봉숭아를 심을 시기가 다가온다. 나에게 여름이란 봉숭아물을 들인 손끝이다. 손톱이 자라나서 빨간 봉숭아물이 위로 위로 올라가 결국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꼭 천천히 해가 지는 것 같았다."(p 19)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 양다솔 지음

 

작가가 사회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절에서 십대 때 경험한 행자의 삶과 그녀의 어머니 영향이 한몫하고 있다. 평생을 노동에 종사하며 아끼고 모았지만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한 칸 살 수 없는 그녀의 삶은 일반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온전한 칭찬을 들은 적이 없어 딸에게 따뜻한 칭찬 한 마디 건네지 못 하고 상처의 말을 툭툭 던지는 엄마에게 면역이 된 듯 작가는 남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10년의 시간과 자신만의 삶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날씨를 확인할 것, 방금까지 꾼 꿈들을 헤아려 볼 것, 무슨 일이든 꼼지락거리며 손을 움직일 것, 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지 읽을 것, 눈꺼풀이 감기면 언제든 잠에 들 것, 꾸준히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출 것, 언제나처럼 밥 먹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시할 것."(p 46)

작가는 요즘 화두가 된 소확행의 삶을 지양하고 사는 동안 한껏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살고 싶은 삶'보다 '살고 싶은 하루'에 집중하는 양다솔 작가의 결을 닮고 싶은 90년대 생 이후의 세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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