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죽세품만 하겠어요?"
"플라스틱이 죽세품만 하겠어요?"
  • 김철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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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는 대나무 장인 백웅기씨
마루에 걸쳐앉아 바쁜 손놀림을 놀리며 대바구니를 엮는 백웅기(64·작천면 이남리)씨는 강진에서 몇 명남지 않은 대바구니를 만드는 장인이다.

백씨는 대나무를 이용해 생선을 담아 사용하는 진석과 떡을 담는 말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히 추석특수를 누렸으나 지금은 먼 옛날 얘기가 됐다.

백씨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죽제품의 양은 3개정도. 백씨가 도매상에 넘기는 가격은 2만2천원정도지만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 들었다.

중국산 제품에 밀려 수요는 줄어 백씨의 솜씨를 아는 중계상을 통해 근근히 팔려나가면서 강진의 죽제품의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대나무가 물을 먹는 8월을 지나 이제 대나무를 만지며 일을 시작한다는 백씨는 화상으로 왼쪽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백씨가 생계를 위해 대나무를 처음 잡은 것은 45년전의 일이다. 백씨가 강진읍 교촌리로 이주한 지난 78년도에는 대나무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각 마을에 한두명은 있을정도로 죽제품이 인기였지만 이후 플라스틱제품의 등장으로 죽제품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죽제품의 쇠퇴로 백씨의 생활은 넉넉할 수 없었다. 가난한 생활이 계속 이어졌고 백씨는 20여차례의 이사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집으로 이주하게 됐다. 생활속이 더욱 힘들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8남매의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였다.

백씨는 죽제품대회에서 수상한 상이 하나도 없다.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는것보다 자식들과 생계를 걱정해야하기 때문에 한번도 출품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것을 아껴가며 8남매를 뒷바라지한 백씨에게 남은 것은 낡은 기와집 한칸이 전부지만 백씨는 요즘 일한맛이 난다. 광주금호고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막내아들 종익(19)군이 축구특기생으로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후 백씨는 신이나고 힘이 솟아난다.

가난으로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함으로 살아왔다는 백씨는“자식들에게 뒷받침이 되주지 못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며“이제 마음한구석이 시원하게 뚫리고 밥을 먹지 않아 배가 부를 것 같다”고 웃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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