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 6일째... "알바 가는 것 주변에 말하지 말라"
강진 여고생 실종 6일째... "알바 가는 것 주변에 말하지 말라"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6.25 0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의차량 머문 도암 야산·동선 주변 저수지 집중 수색
'개 농장'있는 군동 자택 인근서도 뚜렷한 단서 없어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이 벌써 엿새째다. 실종 전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와 CCTV영상, 주변 증언 등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단서는 계속해 나오고 있지만 여고생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각종 언론들도 경찰의 발표를 인용해 실종 사태를 나름대로 추적하고 있지만 '진실'을 찾기엔 역부족이다. 윤곽은 나오는데 실체가 없다.

집중수색 범위는 지난 20일 도암면 지석리 일대 반경 3㎞로 확대됐고 수색견은 5마리로 늘었다. 인근 동령저수지와 읍 임천저수지, 군동 금사저수지에서는 수중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하늘에서는 열 감지장비를 탑재한 헬기 두 대와 드론 2기가 상공을 누비며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찰청은 전문 수사 인력을 지원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실종된 여고생 수색 현장에 유사 사건 수사 인력 6명과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4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800여명에 이르는 기동대 10개 중대도 함께한다. 그동안 수색작업에는 기동대 등 경찰인력 500여명이 투입됐다. 강진군은 안병옥 부군수를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상황실을 가동했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는 무엇보다 실종자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다각도의 수사와 함께 실종자 소재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내 여고생 실종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경찰 수색은 더욱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여고생이 현재 생존했는지에 대해 예측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인력을 확충하고 마지막 신호지점과 의심 장소를 철저하게 수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 뭔가 직감했나?

실종된 A양(16·고1)은 지난 16일 오후 2시께 SNS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같이 해남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A양의 마지막 행방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빠 친구인 B(51)씨는 다음날인 17일 오전 6시30분께 군동면 한 철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자택에서 1㎞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실종 전날인 지난 15일 오후 3시34분께 친구에게 "내일 아르바이트 간다. SNS잘 봐라"는 내용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아저씨가 알바 소개한 것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진경찰은 이러한 내용의 SNS메신저를 A양의 친구 휴대폰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며칟날 몇 시에 만나고 옷차림과 신발은 어떻게 착용하라는 B씨의 지시사항을 A양이 그대로 친구에 전한 메신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며칠 전 A양이 B씨가 운영하는 강진읍내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그 자리에서 '아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A양이 B씨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도암 야산? 군동 저수지?… 여전히 오리무중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B씨가 사망하면서 수사방향은 A양 수색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유력한 실종 장소로 보고 있는 곳은 도암면 지석리 일대 야산이다. A양의 휴대전화 GPS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지점이고 B씨의 동선과도 일치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A양은 16일 오후 2시쯤 집을 나섰고 A양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뒤 꺼졌다.

A양과 B씨가 직접 통화를 한 기록이나 만나는 모습이 찍힌 CCTV는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았지만 B씨는 A양이 집을 나설 당시 600m떨어진 곳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나타났다. 이어 도암면 방향으로 차를 몰고 이동해 지석리 야산에서 2시간 30분정도 머물렀다.

이날 B씨의 차량을 목격했다는 한 주민은 "웬 고급승용차가 산 중턱에 서 있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다. 진한 선팅때문에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번호판만 유심히 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용의차량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도암 지석마을은 B씨가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B씨 차량은 사건 발생 일주일쯤 전에도 마을에서 몇 차례 목격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을과 야산의 전체면적은 100ha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최대 70ha를 수색대상 구역으로 보고 있다. 119해상구조대는 인근 동령저수지를 수중수색 중이다. 

경찰은 B씨 차량의 이동 경로 중간에 있는 수로나 의심 지역에 대해서도 수색을 확대했다. 사실상 도암 지석리부터 군동 금사리까지 14㎞되는 모든 구간이 수색구역인 셈이다. 특히 B씨의 군동면 자택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금사저수지를 주목하고 있다. B씨의 차량이 16일 저녁 9시20분께 금사저수지 방면으로 향한 모습과 10여분 뒤 빠져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다함께 찾아보자"… 지역사회 힘 보태

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도암 이장단과 인근 주민들은 수색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수색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석리 주민들은 경찰들에게 지리 환경과 주변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주며 동행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석마을 윤치오 이장은 "산 정상까지 동행하며 수색작업을 돕고 있다"며 "대나무를 베어다가 수색도구로 만들어 경찰병력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안병옥 부군수를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비상대책상황실은 상황총괄반, 인력지원반, 물품지원반, 피해자대책지원반으로 구성했다.

군은 현재까지 원활한 수색을 돕기 위해 매일 300~500인분의 간식과 물, 음료를 전달하고 있으며 수색 3일차부터는 90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예취기로 풀베기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와 방범대 자원봉사단체들도 현장의 원활한 수색을 지원하고자 속속 모여들고 있다.

한편 강진경찰은 실종 사건과 관련해 지역사회에 터무니 없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실종자는 현재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색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트리는 행위는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B씨의 범죄 전력에 대해서는 "범죄 이력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B씨의 개 사육장과 작업장 등에 있어서도 혈흔 등 현재까지 별다른 범행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