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높이고' 가격 '낮추고'... 농특산물 무인판매점 등장
신뢰 '높이고' 가격 '낮추고'... 농특산물 무인판매점 등장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3.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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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부터 즙류까지 종류 다양... 소비자·생산자 간'상생마켓'기대
식당 활용한 '레스마켓'등장도 초읽기... 군, "유통경로 다양성 확보"


강진군이 판매직원을 두지 않은 채 지역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이른바 '무인 판매점'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신뢰도는 높이는 신(新)유통전략을 선보인 것인데, 구매방식의 색다른 재미까지 더하면서 '상생 마켓'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지난 14일 강진영랑생가 앞에 마련된 무인판매 1호점. 7평 남짓한 이곳은 작년까지 관광안내소였다가 최근 강진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무인판매점으로 탈바꿈했다.

벽면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진열대에는 찰보리쌀과 수수 등 잡곡류를 비롯해 각종 분말가루와 즙은 물론 장류와 수산가공식품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계산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품에 가격표와 연락처 등을 붙여 진열해두면 고객이 양심적으로 '돈통'에 물건 값을 넣고 제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강진에서 생산한 농특산물은 물론 영랑선생의 시집과 이야기를 다룬 여러 책도 구입할 수 있다.

농산물의 가격은 대부분 만원을 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계산편의를 고려해 오히려 가격을 낮춘 경우도 상당수다. 6천원하던 쌀보리(2㎏)의 가격을 5천원으로 낮추거나 1만2천 원짜리 배즙을 1만원에 내놓는 식이다. 유통마진과 판매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시장보다도 싼값에 농산물을 선보이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들은 불필요한 비용이 사라지며 싼 가격에 팔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관광객 최석준(47·광주시)씨는 "양심껏 돈을 넣고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이 꽤나 흥미롭다"면서 "신뢰감은 물론 가격의 저렴함까지 얻을 수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감이 두 배로 늘어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산 뒤 다른 '돈통'에 돈을 지불하는 등의 시행착오가 따르기는 당연한 일. 이럴 때는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문화관광안내원이 바로잡아주며 소비자들의 구매편의를 돕는다.

강진군청 윤영문 식품유통팀장은 "생산자는 유통비와 판매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신(新)유통 형태"라며 "지역 농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통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진군은 특히 관내 식당과 시장을 합한 형태인 이른바 '레스마켓'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레스마켓이란 레스토랑(Restaurant)과 시장(Market)의 합성어로 식당에 진열대를 설치해 지역의 우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형태다. 군은 현재 다강과 돌담한정식당, 오감통 내 일부 식당 등 6곳을 대상으로 조만간 '레스마켓'사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윤 팀장은 "유통경로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생산자는 판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며 "외식업계는 판매를 통한 고객만족과 지역농산물 소비촉진으로 6차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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