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에 마련된 문화의 거리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 모습이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거리의 시민들과도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

원주시민이 이끄는 라디오공동체... 상인부터 노인까지 'DJ도 다양'
곳곳에 라디오스튜디오 확산하며 세대 간 장벽 허물어


"여러분, 지금 중앙로 시장약국에서 비타민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퇴근길 시장약국에서 잠시나마 하루의 피로를 풀어보세요"

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문화의 거리 보이는 라디오스튜디오'. 시곗바늘이 밤 7시를 가리키자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상가소식을 전하는 DJ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중앙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방송은 라디오스튜디오부터 지하상가까지 640m거리에 설치된 스피커 30여개를 통해 의류매장과 식당, 약국 등 200여 점포로 흘러들어갔고 시민들은 상가들의 이런저런 소식들을 귀담으며 발길을 옮겼다. 중앙로 문화의 거리 상인회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꾀하고자 지난 4월부터 보이는 라디오를 개국하면서 달라진 풍경이다.

라디오DJ 전대석씨는 "DJ교육을 받은 시민과 상인 또는 방송계통 전문가들이 매일 오후 2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며 "DJ들은 각자의 방송스타일에 따라 상가들의 깜짝 행사를 홍보하기도하고 주민들의 일상을 음악과 함께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5㎞떨어진 흥양천 산책로에도 잔잔한 음악 속에 DJ의 소소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는 마찬가지. 마을주민들이 이웃 간의 정을 살려보자는 뜻을 모아 지난 2013년도 개국한 흥양천공동체라디오는 벌써 4년차에 접어들며 흥양천 산책로를 걷는 주민들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태장2동주민센터 신일곤 주무관은 "흥양천공동체라디오는 주민들이 모여 만들고 운영하는 도내 첫 라디오 방송국이다"며 "매일 2~3차례 여러 DJ들의 방송을 통해 흥양천 산책로 1㎞구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라디오방송은 하천 스피커뿐만 아니라 온라인 앱인 세이캐스트(saycast)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고 신 주무관은 덧붙였다.

흥양천공동체라디오는 주민주도형 공간인 만큼 방송을 이끄는 DJ들은 모두 주민들이다. 경로당 어르신부터 중학생, 동네 김밥집 아줌마와 노래방 아저씨까지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주민 DJ들도 수십 명에 이를 정도다.

동네주민들의 단순한 재능기부라고 해서 무작정 음악을 틀거나 아무런 얘기를 내보내는 식의 막무가내 방송은 아니다. DJ로 나서는 주민들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10주 동안 관련 교육을 받는데 한 해 교육생들은 평균 10여명 정도다. 현재는 내년 방송을 앞둔 4기생들까지 교육을 마친 상태다.

   
청춘라디오방송국은 DJ들에게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부여하고 임명장도 수여하며 이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다.

교육을 통해 DJ로 나서는 주민들은 요일별 프로그램 일정에 맞춰 방송에 나서며 많게는 하루 4차례 라디오방송이 진행되기도 한다. 금요일에는 별도의 녹음방송하고 이를 주말과 휴일에 내보내기 때문에 흥양천 일대는 365일 내내 음악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동안 방송 펑크 없이 라디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흥양천공동체라디오만의 자부심이다. 특히 흥양천공동체라디오의 이러한 성과는 노인들이 이끄는 특별한 라디오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세대 간의 장벽마저 허물었다.

원주시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한켠에 자리한 원주밥상공동체BS 청춘라디오는 강원지역 복지기관 최초로 노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방송국으로 지난 6월 개국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어르신 아나운서의 평균 나이는 75세. 최고령 아나운서의 나이가 85세다.

이들 아나운서 또한 10차례 교육을 통해 관련 지식을 익히면서 이제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진행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대본 원고 작성은 물론 방송순서 정리와 음악 선곡까지 직접 맡아서 진행한다.

특히 가슴속에 묻어뒀던 옛날이야기라든가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 노인들이 바라본 동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이들 아나운서 각자가 전하는 그들의 인생사는 복지관에 마련된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원주밥상공동체BS 청춘라디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한 통로로 역할해주기를 기대하며 라디오방송을 기획했다"며 "이들이 전하는 정겨운 추억의 노래 그리고 지난 삶의 이야기 등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열정과 희생이 라디오공동체 이끌어"

인터뷰-원주시의회 김정희 의원

김정희 원주시의회 의원은 의원에 당선되기 앞서 흥양천공동체라디오 방송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공동체라디오의 확산을 이끈 인물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 4개동 가운데 3곳에서 현재 주민주도형 공동체라디오가 개국해 운영 중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3년도 이름을 알린 흥양천공동체라디오는 순수한 동네주민들로만 구성돼 지역 밀착형 동네방송으로 거듭났고 이러한 소통문화는 점차 확대되면서 지역상권 활성화 목적을 위한 라디오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노인들이 직접 이끄는 라디오방송까지 탄생했다"며 "지역민의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통해 주민 라디오라는 소통채널이 늘어가는 것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공동체라디오를 개국하면서 우려나 걱정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주민주도형이다 보니 예산상의 어려움이 가장 컸고 흥양천 산책로 인근 아파트주민들의 소음민원도 성장통의 한 원인이 됐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재능 기부는 운영의 든든한 밑천이 됐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진행되면서 소음민원은 자연스레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흥양천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다문화여성과 함께 '웰컴투 코리아'를 주제로 라디오를 통해 지역의 여러 외국인이주여성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1천200명의 지역 내 외국인이주여성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몽골, 필리핀 등 일부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DJ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희로애락과 자국문화를 소개하고 다른 이주여성의 애로사항이나 고충을 나누며 안정적 정착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