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천년의 소리에 반하다
흙으로 빚은 천년의 소리에 반하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15.08.1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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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박물관 앞 청자편종 연주 및 체험
국내 유일 청자 이용해 만든 타악기...관광객들, 청자의 매력 소리로 감상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강진청자축제장에는 눈으로만 감상하는 청자가 아닌 직접 연주를 하면서 청자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배우는 청자악기 '청자편종' 코너가 준비됐다. 청자박물관 옆에 배치된 청자편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청자를 이용해 만든 강진청자축제의 꽃 타악기이다.

그동안 청자는 식기나 관상용으로 만 여겨왔다. 이에 강진청자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청자를 악기로 만들어 소리의 매력을 감상하도록 기획하고 준비한 것이다.

청자가 악기로 변신하기까지는 청자축제에 자문과 프로그램개발 등에 참여해 왔던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 강광묵 대표가 고안한 것이다.
 
강 대표는 청자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지고 놀면서 깊은 인상을 주고 싶어 고민에 빠졌다.

고민 중 고려시대 황실에 고려청자가 납품이 가능했던 이유인 하늘을 담은 쪽빛과 말로는 설명 할수 없는 기품, 청자의 특징인 무균열을 떠올렸다.

무균열이 특징인 청자는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고 청아가 소리가 나는 점을 착안하고 생활속 악기를 만들어 청자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타악기 편종을 제작해 연주회를 기획한 것이다.
 
하지만 청자편종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만은 않았다. 강 대표는 후배도예작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청자편종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전통 물레로 크고 작은 편종 형태를 만들었다. 10개월동안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각각 크기가 다른 1천개의 종을 빚었다.

이 과정은 종 모형을 빚고 건조하고 유약 처리 후 본벌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만든 청자 종은 불이 가해지면 형태와 크기가 조절 되지 않고 높고 낮음이 없는 단일한 소리를 내었다.

이에 다시 수정해 가면서 소리 차이를 30단계로 둔 3천개 도자기 편종을 만들었다.
 
편종은 형틀에 찍어내는 것이 아닌 전통 청자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이 빚어냈다.

건조 후 900℃ 온도에서 초벌 굽기를 갖고 3일만에 꺼내 다시 유약을 바르는 작업을 가졌다. 유약 작업 후 가마에 넣어 1250℃ 온도로 하룻동안 불을 지펴 이틀간 식히는 과정을 진행했다. 청자편종 31개 음 한세트 종을 위해 1천개의 종을 만드는 데는 보통 석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렇게 수많은 시간속에 노력을 들였지만 음계를 맞추는 게 가장 큰 과제로 주어졌다. 강 대표와 제자들은 음악교사의 도움을 받아 몇 날 며칠을 걸려 만든 3천개의 종을 일일이 두들겨 보는 반복과정을 수십차례 갖고 음을 측정했다. 3천개 종은 소리가 가장 정확하고 울림이 좋은 것만 골라내 청자편종 31개로 이뤄진 3세트를 완성해냈다.
 
청자편종은 만들었지만 어떻게 소리를 내게 하느냐가 또다시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청자의 매력을 청각으로 감상하도록 기획하고 준비했기에 틀에 고정 방법과 배열을 고민했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 대도시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편종을 메는 소재를 찾아 다녔다. 직접 목재를 구해 와 전문목수와 함께 틀을 짜 여러차례 수정과 보완작업을 반목해 편종 악기 틀을 만들어 냈다.

쉼없이 연구한 노력 끝에 종을 틀에 매달아 채로 쳐 소리를 내는 타악기 청자악기는 피아노건반과 같은 형태로 탄생됐다.

청자 편종타악기는 길이 4m의 틀에 가장 큰 종은 가로 35㎝, 세로 35㎝청자 종에서부터 가장 작은 가로 8㎝, 세로 7.5㎝ 등 크기가 각각 다른 청자편종 31개로 갖춰졌다.
 
올해 청자축제장에도 31개가 한 세트로 이뤄진 청자편종악기 3세트가 준비됐다. 한 세트는 청자 편종에 계이름을 표기해 관광객들이 누구나 쉽게 체험하면서 청자에 대한 호기심도 높이고 청자매력에 푹 빠져 들게 해 두었다.

두 세트 청자편종은 연주용으로 사용된다. 연주에는 주최측에서 청자편종이 가진 특성을 살린 편곡을 특별히 준비해 슈베르트 송어를 비롯해 클래식, 민요, 팝송, 일반인들의 귀에 익숙한 곡들을 들려준다. 타악기 청자편종 연주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간격으로 일일 4회 공연을 갖는다.

◈인터뷰 -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 강광묵 대표
"청자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타악기 청자편종 연주를 해보고 한 강진청자의 우수성을 상기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강광묵 강진청자디자인연구소 대표.
 
강 대표는 "청자 도자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관상용이다. 이 이미지를 탈피해서 악기를 만들어 청자의 매력을 청각으로 느끼고 감상하도록 하고 싶었다"며 "이를 고민하다 음악을 청자로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아 청자편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청자편종 프로그램이 고려시대 명품청자인 강진청자의 우수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청자편종 악기가 강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맑고 청량한 음악을 듣고 강진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강 대표는 "청자편종 악기에 궁금증을 가지면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강진청자의 우수성과 역사도 알게 돼 축제를 찾아 온 의미가 더 있을 것이다"며 "올해도 일년동안 준비한 청자편종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강진청자축제를 마음에 담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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