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첫 봉급을 통해 얻은 것
[기고] 첫 봉급을 통해 얻은 것
  • 강진신문
  • 승인 2014.10.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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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긴 수험생활 후 드디어 '공무원'으로서 첫 봉급을 받았다.

수많은 직업 중 남다른 공직사명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 공무원 시험은 막연히 열심히만 한다면 합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래서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한두 번의 불합격 후 다시 합격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꿈의 점수를 얻어 합격하게 됐다. 여수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에 강진의 소박한 도시 규모를 처음 보고 실망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딘 것 같았다.

그렇지만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있어 유유자적하며 살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해진미의 한정식은 일품이었고 짧은 기간에 경험했던 강진군의 인심도 후해 인간미가 넘쳤다. 도시생활에 익숙했기에 또 다른 도전이었고 발전시킬 설렘으로 가득찼다.

강진을 지원하게 된 이유는 할아버지 고향이고, 친숙했고 백련사결사운동, 고려청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 등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였다. 오랫동안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 왔지만 선조의 뿌리가 강진군에 자리잡았기에 처음 방문했지만 낯설지 않고 친숙했다.

지난 9월 22일 면접 날의 그때처럼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임용을 위해 소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규공무원들을 대표해 선서를 담당했다. 처음하는 일이라 떨리고 어색했다. 드디어 군수님과의 첫 대면. 임용장을 받고서야 비로소'공무원'이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계속했지만 무사히 임용식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획홍보실로 배치받았다.

일주일간의 '신규공무원 직무역량강화 워크숍' 교육을 마치고 10월 1일 첫 근무. 오전 7시 30분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군청으로 향했다. 내 자리는 어딜까?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 사회생활이 처음인지라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공무원이라면 쉬운 업무를 하고 자기계발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았다. 전화받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투성이였지만 주변 선배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준 덕에 수월하게 일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특히 예산팀에 계신 선배들은 모두 예산분야 베테랑이기에 업무뿐만 아니라 사람 대하는 법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맡은 업무는 예산편성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강진군 전체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워졌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라 이리 묻고 저리 묻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10월 20일. 드디어 첫 월급이 들어왔다. 공무원 생활 만만하게 봤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땀과 눈물로 얻은 결과였기에 쓰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획홍보실장님의 배려로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신규자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가장 강조했던 사항이 떠올랐다. 첫 월급을 타면 꼭 부모님을 찾아뵈라는 것이다. 30년이라는 세월동안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당연하지만 쉽게 잊어버리기 쉬운 기본적이면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부모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께선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려주셨다.  이날 집밥은 내 생애 최고의 음식이었다. 따뜻한 밥, 편안한 잠자리.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외로운 객지생활에 지쳐있기에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그리고 맘고생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정말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한번 더 고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강진 출신은 아니지만 맑은 자연과 후한 인심에 강진군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강진에 대해 잘 모르기에 더 열심히 강진군을 발전시킬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행운이 계속되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모든 게 어색하고 부족하지만 처음 공무원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진 때를 잊지 않겠다.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앞으로 더 높이 도전하겠다. 앞으로도 봉급을 어떻게 의미있게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한번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이 아닌, 자기희생이 바탕이 된 공공봉사자로서의 강진군 공무원이 될 것을 첫 녹봉을 타고 다시금 군민에게 선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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