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머니 품이 그리운 가을, 작천 황금들녘으로 오라
[기고] 어머니 품이 그리운 가을, 작천 황금들녘으로 오라
  • 강진신문
  • 승인 2014.09.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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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섭 강진황금들메뚜기축제위원장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곡식이 여물어 만든 황금들판은 배고픈 유년 시절을 생각나게끔 한다. 노랗게 익은 벼 사이사이로 메뚜기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그만 들어와 밥먹어라" 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흙과 들은 우리에게는 놀이터이자 식량창고였으며 삶 그 자체였다.

어머니의 밥 짓는 소리가 들리는 듯, 논밭을 가로지르며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여전히 황금빛으로 가을을 물들이는 작천면 황금들녘은 오는 10월 2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제1회 강진메뚜기축제 준비로 북적인다.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고 낮이나 밤이나 인적이 드문, 말 그대로 '시골'이 되어버린 작천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이장이며 부녀회장이며 마을 주민 모두가 회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축제 방문객에 고향의 맛을 전하기 위해 잊혀졌던 레시피들을 하나둘 고민하고 있다. 메뚜기 튀김이라든지 물천어찜, 다슬기 된장국 등이다. 어렸을 때 먹었던 맛과 사뭇 다르다며 부녀회장에게 화를 내는 이장과 그럴리 없다며 국자로 떠먹여 보이며 음식 간을 맞추는 부녀회장의 모습이 왠지 정겹다.

우리에게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것은 단풍이 물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단연 나락이 황금빛으로 변했을 때다. 이 세상의 모든 철학이 담기듯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그 끝자락에 차분하게 앉아 청명한 하늘을 감상하고 있는 메뚜기.

요즘 우리 아이들은 메뚜기 잡는 법을 알고 있을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야하는 스릴 만점의 그 느낌을. 검정고무신 신고서 동네 어르신 밭에서 몰래 서리해가며 맨손으로 캤던 고구마, 땅콩. 볏집을 모아모아 냉갈 피워 손수 잡은 메뚜기며 다슬기며 고구마, 땅콩 구워먹으며 오늘은 횡재했다며 기뻐했던 기억들. 이 사소하지만 찬란했던 추억을 축제는 다시금 새기게 할 것이다. 또 어린아이들에게 잊혀져가는 우리 농촌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일기장에 기록하게 될 것이다.

아이돌 가수의 환상적인 공연이나 화려한 전시회를 보는 틀에 박힌 축제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만 한들한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바람개비, 두 팔 벌려 곡식을 지키고 서있는 허수아비, 어머니가 끓여주던 그리운 고향음식 물천어와 다슬기된장국을 맛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

메뚜기는 개그맨 유재석뿐인 요즘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억하는 따뜻함, 엄마 아빠가 기억하는 사소함 그리고 그 속에 간직한 소소한 즐거움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주고 싶다면 작천면 황금들녘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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