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붕괴는 국가의 파산
농업의 붕괴는 국가의 파산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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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붕괴는 국가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홍규 / 농업지키기운동본부 간사

현재 농업과 농촌이 처한 상황은 도무지 앞날을 분간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절박한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도 농업분야 예산이 3조원 이상 삭감되어, 정부에서 농업정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을는지 농업인들과 국민들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이 위축되어, 서민들의 생활은 그저 힘들고 고달픈 삶이 계속될뿐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농업과 농촌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무관심이다.

신문 및 언론매체들도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그러는지 몰라도, 농업문제에 대해서는 보도를 잘하지 않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이 농업과 농촌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본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면 이구동성으로 농업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현장 농민들은 물론이고 농민단체나 농림부 등 농업계 내부에서는 농업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금년도는 기상이변에 따른 흉작으로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값싼 외국농산물마저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농업과 농촌문제를 걱정하는 이러한 우려는 농업계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최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재계 일각에서는 농업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인냥 매도하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다.

재계나 일부 국민들의 이같은 몰이해는 그렇다치더라도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정부내에서조차 농업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예산처는 8월 29일 농림부가 요구한 내년 예산안을 3조원 가량 삭감해 내년 농림예산을 올해보다도 무려 7%나 적게 책정한 정부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8월 28일 재정경제부는 농민들에 대한 간접지원효과가 큰 조합예탁금과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책조정기능을 갖고 있는 재경부와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국내 농업에 미칠 파장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때 비할 바가 아니다. 때문에 9월 11~14일 칸쿤각료회의를 앞두고 정부도 나름대로 총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고, 농업계 모두가 비상이 걸려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기획예산처나, 그나마 있던 농민들에 대한 간접지원마저 끊겠다는 재경부의 조치는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42조 구조개선대책과 15조 농특세사업 등을 추진했던 과거 UR협상 타결 당시와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칸쿤각료회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DDA 농업협상에 정부가 총력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국론의 통일이다. 정부내 주요부처에서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농업을 홀대하는 시각이 팽배하다면 총력대응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부내 의견이 통일되고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될 때만이 DDA 농업협상에서 그나마 우리의 입지를 살릴 수 있다. 이는 DDA협상이 타결된 이후라도 개방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수 있는 길이다.
농업의 붕괴가 시작되면 산업전반에 걸쳐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져 결국은 국가의 파산으로 이어진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므로, 오늘날 농업의 위기를 범국가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농업의 붕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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