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호)마을기행<92>
(210호)마을기행<92>
  • 김철 기자
  • 승인 2002.1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칠량면 단월리 율변마을
초겨울 날씨답지 않은 포근함속에서 칠량면소재지를 돌아 장흥 천관산 방향으로 향하던중 한마을에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아름드리 길게 늘어져있는 사장나무옆으로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은 율변(栗邊)마을이였다. 마을주변에 밤나무가 많아 이름지어진 율변마을은 파주염씨가 처음 터를 잡아 마을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46호 13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명주리와 경계가 되고 있는 가잿골, 치산앞 냇가였던 개조지, 파주염씨 선산옆에 놓여있는 귀자태, 불뭇골 염결장군묘소 옆에 놓인 도장처럼 생긴 도장배미, 마을의 동쪽야산으로 송아지처럼 생겨 붙여진 독다리, 소나무가 많고 주변에 밭이 있어 이름지어진 솔밭들, 바로 밑에 물이 깊고 풍부해 진짜 둠벙이라해 붙여진 순둠벙, 소의 꼬리에 해당한다는 쇠불등, 마을의 공동샘과 농업용수로 사용했던 양회샘, 물총새를 닮아 붙여진 초새배미, 초새보다 더 논이 작아서 불리게된 작은초새배미, 가뭄에도 물이 끊이지 않았다는 장골, 토양이 좋지 않아 쓸모없는 풀만 자라났다는 쪽지 번덕지등이 율변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율변마을에는 지방도 837호선을 경계로 하나의 자연마을이 더 존재한다. 이곳은 지형이 꿩모양을 닮아 치산(雉山)으로 불리운다. 20여가구가 살고있는 치산에는 예전 칠량동초등학교가 위치해 번성했으나 지금은 모습만이 남아있다.

율변마을의 자랑거리는 염결장군이다. 어려서부터 학문과 무술이 뛰어났던 염결은 임진왜란때 동생 서와 경 그리고 아들 홍립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왜구를 무찌르고 이순신과 함께 활약하다 거제도 해전에서 전사했다. 마을뒷편에는 8천여평의 부지에 염결장군과 동생 서와 경, 아들홍립의 묘가 전라남도 기념물 제36호로 지정돼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 또하나의 마을의 유산인 고인돌이 마을뒷산인 쇠불등 옆에민묘를 사이에 두고 11기가 놓여있다. 마을의 남쪽에는 도로변옆으로 논에 3기의 고인돌이 놓여있어 총14기의 고인돌이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더많은 고인돌이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나 농경생활로 훼손되고 사라졌다.

율변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날에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의 무사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마을의 사장나무 2곳과 마을앞에 서있는 3기의 입석에 각각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는 3일전부터 제사지낼곳을 청소하고 금줄을 치고 화장실을 다녀올때마다 매번 목욕을 해야한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마을공동샘과 가가호호를 방문해 풍물놀이를 하면서 당산제를 끝낸다. 20여년전 당산제를 지내지 않아 마을주민들이 단체로 병에 걸리는 화를 당한이후 매년 거르지 않고 행사를 치르고 있다.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장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대변하고 있었다. 마을의 서쪽에 위치한 300여년을 넘긴 소나무는 15m가 넘는 위풍을 뽐냈고 같은 시대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팽나무는 팔을 길게 늘이고 마을을 품에 안고 있었다. 마을앞에 세워진 3기의 입석도 사장나무와 함께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예전 자주 호랑이가 나타나 주민들에게 해를 입히자 마을주민들이 입석을 세웠고 그후로는 호랑이가 사라졌다는 애기가 전해오고 있다.

본마을을 돌아 하나의 마을이 더 존재한다는 치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을을 돌다 낡은 건물에서 동네아낙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할수있었다. 김경숙(55)씨는 “치산에는 경로당이 없어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건물을 개조해 경로당을 사용하고 있다”며“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노는 치산회관이다”고 말했다. 김설자(64)씨와 박옥란(71)씨도 “젊은 사람들과 화투도 치고 놀수있는곳이다”며 “우리는 노인대학이라고 부른다”고 웃었다.

율변마을에는 다른지역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많다. 마을주민중 50대미만인 주민이 20명이 넘는 이유는 시설작물인 장미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심 조합법인을 만들어 장미를 재배해 농사외에도 시설작물을 통해 부농을 꿈꾸고 있다.

율변마을 출신으로는 민주당 사무국장을 지냈던 최종석씨, 강진농고에 재직했던 최종돈씨, 광주시 서구청에 근무했던 김영식씨, 농협중앙회에 근무하는 김종욱씨, 성화대교수로 재직중인 김양석씨, 광주 서부경찰서에 근무하는 봉규정씨, 광주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재직중인 박경수씨가 이마을 출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