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등학교 육성,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지역 고등학교 육성, 더이상 미룰 수 없다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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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길성(강진중 교사. 강진교육포럼 사무국장)
우리 지역 사람들은 강진을 소개할 때 보통 ‘동 순천, 서 강진’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동쪽 지방에서 순천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면 서쪽 지방은 당연히 강진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강진은 교통과 생활의 중심지로서 전남 서부 지방에서 인구가 많고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이 저물어 가는 오늘 이 말에 공감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동 순천, 서강진’이라는 말에서 지난날 강진의 화려했던 영화를 회상한다 할지라도 지금도 그렇다는데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날로 피폐해져 가는 농촌 경제 환경을 보면서 어떤 위기 의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다시 입시철이 되었다. 각 지역마다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 명단을 현수막에 내걸고 학교 자랑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우리 지역에서도 관내 고등학교들이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으며 정시 모집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못내 아쉬운 점은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 명단을 보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우리 학생들이 명문대에 못 들어갈 만큼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학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에 무관심해서 교육열이 낮은 것도 아닌데 입시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도시로 전학을 가기 때문이고, 중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외지로 진학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 고등학교를 육성해서 명문고를 만들자.’ 아마도 이 말에 반대할 우리 지역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을 외지로 전학 보내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그러한 학교가 되기를 바랄 것이고, 그러한 학교가 없기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외지로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말 그대로 지역 고등학교를 육성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아도 경쟁력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인재 육성 장학 기금이 획기적으로 모금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성적 좋은 학생들이 지역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경우에 충분한 장학금을 제공해 주고, 기숙사비와 수업료에 대해서도 특혜를 부여하며,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대학교에 진학했을 경우에는 등록금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강진군에서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장학금으로 적립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지역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장학 기금을 대대적으로 모금해서 관내 고등학교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군민들이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증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본다. 요즘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전원 기숙사 입소를 목표로 기숙사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학교 시설이 좋기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강진 관내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기숙사 시설이 양호하지 못한 편이다. 좁기도 하지만 원하는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해당 학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이 열의를 갖고 학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리라 본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지역 현안 문제 중에 하나는 관내 고등학교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학교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기에 어렸을 때부터 전학을 가게 되고,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외지로 고등학교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은 학부모님대로 힘들어하고, 입시철이 되면 지역 고등학교는 만족스럽지 못한 입시 성적을 앞에 두고 좀더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현실을 가슴아파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지역 문제의 핵심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할지라도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차분히 준비해 가자. 그러면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난다면 ‘동 순천, 서 강진’이라는 말이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서 우리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줄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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