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호 이장 탄생
여성 1호 이장 탄생
  • 주희춘
  • 승인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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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량 삼강마을 오정님 이장
지난 11일 오후 칠량면사무소 대회의실. 이장월례회의에 참석한 30여명의 이장들중에 강진군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이장인 칠량 삼강마을 오정님(47)이장이 첫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평소 오이장과 안면이 많은 다른마을 이장들이 열열히 환영해 주었고 회의도 다른날 보다 훨씬 부드럽게 진행됐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성이장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오이장은 지난 9월말부터 삼강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전임이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이장직을 그만둔 후 마을에서 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자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이장직을 맡았다. 오이장은 오는 12월 마을동계에서 다시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겸손해 하지만 임기 2년의 차기 이장직 유임이 확실시된다는게 주변의 전망이다.

오이장의 가장 큰 노하우는 6년여에 걸쳐 마을부녀회장직을 맡으며 축척해온 조직통솔력과 꼼꼼함. 마을주민들은 “오이장이 마을주민들에게 자상하고 노인들에게는 친부모님대하듯 한다”고 자랑했다.

오이장의 하루일과는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아침밥을 준비하고 6시 30분이 되면 마을회관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을 한다. 요즘엔 노인들이 많아 스피커소리를 못알아듯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또박또박 큰소리로 안내방송을 하는게 특별한 주의사항이다.

부녀회장때와는 여러가지 생소한 일도 많다. 낮에는 정보를 얻기위해 종종 면사무소와 농협에 ‘출입’하는 일도 쉬운일은 아니고 주민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할 ‘쌀 직불제’ 용어도 아직 낯설다. 그러나 오이장이 여성으로써 갖는 자긍심은 대단하다.

오이장은 “마을에 주민은 줄어들고 노인들은 늘어나 부녀자들이 이장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여자가 이장을 하더니 괜찮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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