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과 강진-1
하멜과 강진-1
  • 주희춘
  • 승인 2002.08.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49년전, 한국에 표류한 네덜란드 상인 하멜은 쓰디쓴 억류생활을 13년을 했다. 하멜과 그의 일행이 모든게 완전히 다른 낯선 이국땅에서 억류생활을 하다 탈출하기까지 그 생활이 얼마나 참혹하고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다.
하멜일행은 쌀과 소금등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도 두십리를 걸어다니며 산에서 땔감을 했다.
하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하멜표류기에는 ‘조선사람들은 여자를 마치 노예처럼 다루고 사람이 아프거나 병이나면 점쟁이를 찾아갔다. 양반들은 기생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닌다’고 적고 있다. 이에반해 하멜은 전라도 사람은 가난하지만 온순하고 너그러우며, 인정이 많다고 기술해 그의 또 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멜의 ‘하멜표류기’란 책은 한국을 서양에 최초로 소개한 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로부터 349여년 후. 월드컵을 1년반 정도를 남겨놓고 파란눈의 네덜란드인이 한국땅을 밟았다. 그의 이름은 거스 히딩크였다. 처음에 그가 한국축구를 기적의 반열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히딩크를 바라보며 그의 조상 하멜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 히딩크는 한국축구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되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하멜의 이야기도 쏟아졌다.
하멜은 한국땅에서 고생만 하고 떠났지만 그의 후예 히딩크는 한국에 영광을 만들고 한국민들의 축하속에 그 영광을 함께 나누어 가져갔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 하면 아주 까마 득한 옛날을 뜻한다. 같은 뜻으로 '범이 담배를 피우고 곰이 막걸리를 거르던 때'라는 표현도 쓰인다.
까마득한 옛날은 언제를 말할까. 적어도 수천년 전은 돼야 할 듯싶다. 그러나 담배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고작 400여년 전으로, 임진왜란이 그 계기가 됐다. 한번 상륙한 담배는 금방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도입된 지 100년에 걸쳐 서서히 확산된 목화씨와는 사뭇 달랐다.
하멜은 그의 '하멜표류기'에서 "지금 조선 사람들 사이에 담배가 매우 유행해 어린아이들도 너댓 살부터 피우기 시작한다. 남자 여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피워댄다
"고 당시 풍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배가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남만국(南蠻國 지금의 인도네시아)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로 우러러본다"고 적었다.
조선의 존재를 기록을 통해 서양에 알린 네덜란드 선원 하멜은 1653년(효종 4년) 일행 36명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 제주도에 표착했다. 그는 서울로 압송돼 훈련도감에 편입된 뒤 강진의 전라병영과 여수의 전라좌수영에 배치돼 잡역에 종사하다가 1666년 일행 7명과 함께 탈출, 일본을 거쳐 귀국했다.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그의 제주 표착은 조선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억류생활 14년간의 기록인 '하멜 표류기'는 조선의 지리, 풍속, 정치, 군사, 교육, 교역 등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문헌이었다. 조선을 서양에 데뷔시킨 홍보대사역을 수행한 셈이다.
지난 월드컵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하멜의 후예다. 며칠이 멀다 하고 기적을 연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한국팀 의 선전은 히딩크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빚어낸 걸작이다.
연이어지는 승전보는 공간적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네덜란드를 지척인 일본과 중국보다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단순히 '풍차의 땅' '꽃의 나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웃사촌같은 친밀감이 다시 싹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약 400년 전에 맺었던 묘한 인연과 겹치며 한국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지금 열애에 빠져 있다. 네덜란드는 자국인 감독에 힘입어
한국이 연전연승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고 외신보도는 전했다. 1997년 주
한 네덜란드들인이 주축이 돼 결성된 '하멜 클럽'도 마치 내 일이라도 되는 듯 뿌듯 해하기는 마찬가지 였다고 한다.<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