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저널리즘 매체로서의 지역신문
지역 저널리즘 매체로서의 지역신문
  • 강진신문
  • 승인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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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박사(한국언론재단)
지역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매체로서의 지역신문에 요구되는 특성은 지역공동체의 특성 및 한국 언론 현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특성은 크게 ‘틈새(niche)’ 매체로서의 지역신문과 ‘대안’ 매체로서의 지역신문 및 ‘바른’ 언론으로서의 지역신문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역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틈새 매체로서의 지역신문에서는 지역공동체가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 지역신문도 하나의 ‘종합’ 신문이지만, ‘종합’의 대상은 지역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공동체도 정치, 경제, 문화, 문예 등 사회 모든 측면이 내포된 일종의 ‘소우주’다. 지역신문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측면들이 가진 의미와, 특히 이러한 측면들 간의 상호 연관관계가 충분하게 드러나야 한다.

둘째, 지역신문은 대안매체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일간 신문에 비하면 지역신문의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아마추어’적인 특성이 강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취재, 기사 쓰기와 편집 등에서 지역신문이 일간 신문을 하나의 ‘교과서’로 참고하려는 ‘유혹’을 막기 힘들며,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신문에게 일간 신문은 따르고 배울 대상이기보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일간 신문의 뉴스 가치와 보도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지역신문이 지역 저널리즘을 추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신문이 하나의 대안매체로 아래에서 언급할 ‘바른’ 언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 자체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신문의 정치 보도와 선거 보도가 정치인 개인들의 갈등과 야합 등의 가십성 기사로 채워져서는 곤란하다.
지역신문이 퍼블릭 저널리즘의 요구 상황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안매체로서의 지역신문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엘리트 위주의 저널리즘에서 일반 시민 위주의 저널리즘, 미디어 의제에서 공중의 의제로의 변화가 지역신문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안과 거리를 둔 보도자의 입장을 버리고, 그 사안에 직접 뛰어드는 일종의 운동 형태의 저널리즘은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객관성’과 ‘가치 중립성’을 표방하는 저널리즘의 한계와 문제가 한국 언론에도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의 신뢰성 상실은 무엇보다 ‘객관성’과 ‘균형성’을 중시하지 않는 관행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역 사회에는 서로의 이해관계 및 인간관계가 비교적 직접적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게 되면 큰 규모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속적이고 심각한 갈등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객관’ 보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편을 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지역신문이 이러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문제없는 보도에만 치중한다면 저널리즘의 기본 임무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역신문이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고 저널리즘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노력은 장기적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중립적’일 필요는 없지만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저널리즘의 기본 실천원칙에 충실하면서, 퍼블릭 저널리즘의 요소가 반영된, 즉 시민의 소리와 시민의 의제가 반영되고, 시민이 행위 주체자로 등장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셋째, 앞의 문제와 연관되는 것으로, 지역언론은 ‘바른’ 언론을 실현함으로써 한국 언론 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서론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의 중앙 언론은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여론 혹은 이른바 ‘민심’ 형성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한국 언론은 부분적으로 일종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지역신문은 지역공동체를 위해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의 바른 실천을 통해 기존의 이러한 언론 문화의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른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지역신문이 지역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풀뿌리부터 사회와 언론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지역’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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