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묘 20여년간 돌본 이종호씨
무연고묘 20여년간 돌본 이종호씨
  • 조기영
  • 승인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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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소녀무덤과 아기유골.. 집안에 옮겨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묘를 자신의 집정원으로 옮겨와 남모르게 20여년간 돌보고있는 70대 주민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종호(76·성전면 월남마을)옹의 집정원에는 잘 가꿔진 두기의 무명의 묘가 있다.

두개의 묘중 ‘이름모를 낭자의 무덤’이란 묘비가 서있는 무덤은 한국전쟁당시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소녀의 무덤으로 가족들이 유골을 수습해 가지 않은 것을 이옹이 19년전에 집정원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또 한 묘는 11년전 안운마을 방죽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아기유골항아리가 깨져 유골이 흩어져 있는 것을 이옹이 직접 수습해 집 정원으로 옮겨와 돌보고 있다.

이옹은 최근 혼인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혼백결혼식을 올려주는 등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두 묘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두 묘는 마을주민 백만흠(72)씨가 매년 여름에 3번 벌초를 해오고 있다. 백옹은 이씨가 부탁한 것도 아니지만 매년 벌초를 반복하고 있다.

이옹은 묘를 주인도 없는 묘를 집안가까이 두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히려 아무렇게 방치되어 있는게 더 안쓰러운 일이다”고 간단히 말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이옹은 지난 79년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으로 2년간 근무하면서 강진과 인연을 맺게 되어 85년 무안에서 정년퇴직한 후 강진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이옹이 3년간 정들여 키우던 개가 죽자 묘를 만들고 묘비를 세워 돌볼 정도로 인정이 많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옹은 “임자없는 유골이라도 그냥 버리는 것은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며 “버려져 있는 유골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파 집정원으로 이장해 돌보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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