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 88>강진읍 영파리 장동마을
<마을기행 88>강진읍 영파리 장동마을
  • 김철 기자
  • 승인 2002.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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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산 줄기에 코끼리 모양 포근히 나앉은 '잿마을'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채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낸 감나무에는 쌀쌀한 날씨속에 붉게 물들어간다. 한낮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볕은 어느새 사라져 초가을날씨속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강진읍에서 해남방면으로 가다보면 서기산줄기에 포근히 자리한 장동(壯洞)마을을 만날 수 있다.

아랫동네, 뒷사장, 냇가동, 웃마을로 분류돼 4반으로 나눠진 장동마을은 현재 51호 12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장동마을은 김해김씨와 제주고씨가 처음 입향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지금은 해남윤씨, 언양김씨, 원주이씨등이 입촌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양쪽으로 뻗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잿마을이라 불리었던 장동마을은 산세가 코끼리와 같은 모습과 같아 명명된 것이다.

마을의 지형을 둘러보면 시장터와 동헌샘터와 함께 축대가 있다. 이곳에는 건물이 있었던 공원터는 예전 강진군청이 위치해 있던 곳으로 담안밭이라고 불리운다.

지형이 꼬불꼬불해 붙여진 꼽도리재, 마을의 뒤편에 위치해 모양이 모자를 닮아 붙여진 관바우, 바위밑에 큰굴이 있어 이름지어진 굴바우, 달처럼 둥근모양을 가진 달논, 바위가 수없이 많이 서있다는 바우서리, 복숭아나무로 장관을 이뤘다는 복송골, 예전 활터가 있었다는 사장터, 선돌이 있어서 붙여졌다는 선독거리, 사장터를 따라 길게 늘어선 진등, 논한가운데 섬처럼 흙무더기가 쌓여있어 제사를 지냈다는 섬배미, 도암면 덕서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한칫재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장동마을은 마을의 형태가 배(船)모습이고 배를 띄우기위해 예전에는 선돌이 사방으로 4개가 설치돼있었다. 경지정리로 인해 1기가 소실되고 현재는 3기가 남아있는 선돌은 마을의 질병을 막아 액운을 없애준다는 주술적 의미도 부여됐다.

마을어귀에서 손님을 반기는 사작나무는 주민들에게 하나의 신앙의 매개체가 된다. 장동마을앞에 위치한 당산나무에서는 지금도 공동제사를 지낸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지내오던 행사를 최근에는 마을에 큰탈이없는 날을 택하기위해 음력 2월 초하루날 실시한다. 제사를 통해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마을주민들이 풍물을 이용한 놀이를 펼친다.

장동마을에는 유서깊은 마을계가 이어져오고 있다. 100여년전 마을 사람들이 근본을 깨끗이 다스리자는 취지의 청원계(淸元契)를 만들어 그 명맥이 지금도 이어져 매년12월 30일에는 마을회관에서 모여 마을일을 논의한다. 또 마을에는 제주고씨 제각인 장춘사와 해남윤씨 문중제각과 언양김씨의 영사제, 지방유림들이 제향해 만든 관암사가 위치해 있다.

정취를 느끼기위해 돌아본 마을은 농번기로 인해 많은 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을어귀에서 회관을 찾아 돌아서자 마당한켠에서 낙엽을 태우고 있던 김춘재(67)씨를 만날 수 있었다.

도암 만세마을에서 삼십여년전에 이사를 왔다는 김씨는“그리 멀지 않은곳이라 고향사람처럼 편하게 지낸다”며 “마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은 동네다”고 말했다. 김씨를 통해 마을이야기를 전해듣는 과정에서 전설을 한가지 들을 수 있었다.

제주고씨 성을 가진 수정, 수검, 명달의 효성에 관한 것이였다. 모친이 위독하자 자신의 손가락에서 상처를 내 피를 마시게해 생명을 구했다는 수정, 그후 모친이 사망하자 동생 수검은 형 수정과 함께 시묘살이를 3년간 온갖정성을 다했다. 수검의 증손자인 명달은 묘주위에서 매일 버섯을 따서 정성껏 시묘살이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효자들의 효행이 알려져 해남으로 향하는 국도 18호선에는 이들의 효행비가 세워져있다.

장동마을에는 600여년을 넘긴 귀목나무가 남아있지만 마을앞 사장나무는 고사돼 사라져버렸다. 현재 남아있는 귀목나무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채 서서히 고사되고 있어 아련한 추억속에 남아있는 노목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아쉬움이 생겨났다.

장동마을에는 농어민후계자가 강진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13명의 50세 이하 젊은층이 살고있다. 기존 논농사와 함께 딸기와 한우를 키우는 농어민후계자들은 보다 나은 생활을 꿈꾸며 부농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장동마을출신으로는 서기간이학교 교장을 지냈던 윤재삼씨, 도암면장을 지냈던 윤진호씨, 공병대학교장을 지냈던 박병순씨, 전남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임규표씨, 법제처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김태재씨, 육군준장으로 예편한 박병순씨가 이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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