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통일대회를 다녀와서
8.15 민족통일대회를 다녀와서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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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균(영산강교회 목사, 강진읍 동성리 출생, 전남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의장)
지난 8월 14일 8.15 민족통일대회 북측 대표단 116명이 서해 직항로를 거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남북단일기’와 함께 ‘자주통일’이 쓰인 수기를 흔들면서 서울에 들어 왔다.

남북의 청년, 여성, 농민, 노동, 통일, 종교, 예술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민간 대표들이 해방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난 57년 만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만남 그 자체가 반가움이고 감격이었다. 필자는 남쪽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다.

이원구 의장의 선친인 몽양선생 묘소참배문제로 북쪽대표단을 한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오후 6시 20분 경에 워커힐 가야금홀에서 남쪽의 환영공연에 이어 만찬이 시작 되었다.

북쪽의 만수대, 평양 예술원들은 빨강, 노랑, 주홍색 등 화려한 색상의 원색 한복을 입고 만찬장에 나왔다. 북한 통일문화 편집국장 장혜룡씨가 인천공항 도착 직후에 지은 ‘단숨에 가자’란 제목의 축시를 낭독했다.

우리는 왔다 / 하루도 아니요 반나절도 아닌 / 한 시간 만에
올래야 올 수도 없었다 / 갈래야 갈 수도 없었다 / 꿈 속에서도
외세가 장벽이 가로 막혀서 / 평양-서울은 달나라 보다도 멀었다
달나라는 갈 수 있어도 / 평양-서울은 멀었다
우리는 왔다 한시간만에 / 겨레여 동포여 6.15 공동선언을 눈동자처럼
아끼자 / 목숨처럼 지키자 / 통일을 이루자 단숨에

이튿날, 한강변 아차산 기슭, 신록이 우거진 워커힐 호텔 야외행사장 ‘제이드 가든’에서 역사적인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김영대 북쪽단장은 ‘남녘의 동포들이 혈육의 정으로 반겨주니 감격스럽습니다.

6.25 사변으로 고난을 함께 겪은 우리 민족이 불신과 대결로 차거운 얼음장처럼 식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북도 남도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분열이 우리 민족에게 남긴 것은 상처와 소모 뿐이었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 하늘 길이 열리고, 바닷길이 열렸습니다.

광복의 8. 15를 이제 통일의 8. 15로 바꿔야 합니다.’ 고 외쳤다. 남쪽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의 불길같이 뜨겁고 민족사랑이 가득한 연설이 화답되었다.


오후에는 워커힐 가야금 홀에서 남북공연이 시작되었다. 북쪽사회자의 북한식 인사가 생소하면서도 정에 겨웠다. ‘꿈결에도 불러 찾던 동포 여러분! 꿈같이 만나니 반갑습니다.’ 북쪽 예술단의 민속무용 ‘양산도’ ‘방울춤’ ‘ 쌍부채춤’ ‘ 장고춤’ ‘ 쟁강춤’ ‘물동이 춤‘ 공연은, 우리 민족의 멋과 슬기와 재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북쪽의 창작무용 ’달빛 아래서‘와 ’사냥꾼 춤‘도 이채로왔다. 남쪽의 노래솜씨도 만만치 않았다. ’비무장지대‘ ’백두산‘ ’안치환의 자유‘ ’김덕수 사물놀이‘를 비롯한 어린이 합창에 이르기까지 남쪽예술도 북쪽 손님들에게 화답하기에 수준급이었다.

역시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하나였다. 필연코 만나야 할 우리의 핏줄이었다. 북쪽 예술단의 경쾌한 가락과 장단에 맞춘 춤사위는 화려하고도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는 옹골참과 경쾌하고도 세련된 멋스러움이 춤사위에 베어 있었다. 자진모리 휘모리 장단에 애간장을 녹게 하는 솜씨는 남이나 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번 8.15 민족통일대회의 절정은 마지막 날에 열린 ’독도영유권 수호‘를 위한 민족문제 토론회였다. 남쪽의 강만길 교수와 북쪽의 허종호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울릉도는 신라 지증왕 13년(512) 강릉의 군주 이사부에 의해 복속되어, 조공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남북의 학자들은 입을 모아 ‘독도는 울릉도의 귀속도서로서 우리 땅임이 역사적으로 확인됐다’면서 일본의 영토 팽창야욕을 비판했다. 이어서 일본의 과거청산을 위해 남한과 북한, 중국, 동남아시아 피해 국가들의 연대기구 구성 필요성을 제기되었다.

북쪽의 조선 그리스도교 연맹 강영섭 목사를 비롯한 천주교, 불교, 천도교 대표들이 이번에 방문하여 남측의 종교인들과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기독교 인사들만 따로 모이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일운동에 피땀을 흘려온 한총련과 범민련 통일인사들의 참석이 불허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많은 우려 가운데서도 민족적 행사를 무사히 치뤄 우리 민족의 통일역량을 과시하였다.

이번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도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입장했다. 만경봉호를 타고 부산에 온 북한 예술단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북한여성응원단이 날이 갈수록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청년, 학생, 여성, 농민, 노동자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이념과 사상, 체제를 넘어서 우리 민족은 만나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인 6. 15 공동선언을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세의 부당한 간섭을 떨쳐버리고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방식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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