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펜
붓과 펜
  • 윤정남
  • 승인 2002.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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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펜

2002. 9. 24(火)

영산포초등학교
교장 윤 정 남

붓과 펜은 두가지 서로 상이한 東西의 전통적 筆記의 성격을 나타낸다. 東洋에서 붓을 사용했고 西洋에서 펜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우연만은 아닌성 싶다. 그것은 東西의 서로 다른 이념적 구조와 같은 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筆記가 의도 혹은 생각을 공적으로 기록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라면 필기도구의 성격, 필기의 양식을 나타내는 붓과 펜은 각기 동서의 서로 다른 이념적 구조와 같은 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筆記가 의도 혹은 생각을 공적으로 기록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라면 필기도구의 성격, 필기의 양식을 나타내는 붓과 펜은 각기 동서의 서로 다른 마음, 태도를 상징한다고 봐야한다.

붓이 사람의 의식을 털끝으로 나타내는데 반하여 펜은 인간의 뜻을 동물의 뼈 조각이나 쇠로 표현한다. 붓끝에 나타나는 동양인의 마음은 가는 털끝처럼 부드럽고 논리의 딱딱한 틀에 잡힐 수 없는 감성적인 것이라 생각되어질 수 있다. 이와 대조하여 바늘같이 뾰족하고 딱딱한 펜 끝에 눌리고 찍혀 새겨지는 서양인의 마음은 펜촉처럼 날카롭고 냉정한 지성적 자세를 반영한다.

극히 조심스럽고 신축성 있게 종이 위를 움직이는 부드러운 붓끝의 털의 감각은 우리들이 상대와의 조화를 찾는 따뜻하고 착한 마음, 상대의 정복이 아니라 상대의 부드러운 화해를 찾는 동양적 심상을 나타낸다.

이와 반대로 자신만만하게 종이 위를 재빠르고 방정맞게 율동하는 강인한 펜촉의 감각은 펜이 움직이는 종이 위에서 우리들의 의지를 자유자재로 강요하고자하는 강인한 의지력을 주장한다. 붓대끝에서 主 와 ,客  인간과 자연, 의지와 대상간의 구별을 초월하여 크나큰 하나의 全 속에 모든 것을 파악하고자하는 동양인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면, 펜촉 끝에서 주체로서의 자신을 주장코자하는 인간의 강한 의지력, 그 의지력을 관철시키기 위한 냉정한 知的 접근을 읽을 수 있다.

붓끝에 의해서 극히 델리키트하게 접촉되는 세계를 기하학적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감성적 세계, 심미적 세계라고 부를 수 있다면, 펜촉의 끝에 의해서 극히 딱딱하고 서먹서먹하게 부딪치는 세계는 감성이 배제되고 오로지 기계적인 관계 속에서만 계량되고 파악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붓끝으로 느껴지는 동양의 세계가 예술적 세계, 아니 예술적 작품이라면 펜 끝에서 조직되는 서양의 세계는 과학적 세계, 즉 과학이 설명해주는 기계적인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붓끝 속에 동양인의 자연에 대한 비실제적, 비실천적 즉 비정복적 태도가 나타나고 펜끝 속에는 자연을 복의 대상으로 보고, 그것을 언제나 실용적 관점에서 이용하려는 서양인의 실제적 마음이 반영된다.

이러한 사실에서 동양에서 書藝라는 개념이 있고 그것이 중요한테 반하여 서양에서 글씨
가 하나의 예술로서 승화되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해된다. 심혈을 기울여 붓을 움직이는 동양인의 엄숙한 모습이 쉽사리 상상되지만 펜을 들고 있는 서양인에서 그러한 엄숙한, 긴장감은 꿈에도 상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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