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이발관을 아십니까
그때 그 이발관을 아십니까
  • 김철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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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하면된다' 빛바랜 액자, '이발소 그림' 가득한 우리들의 추억창고
예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찾는곳중에 하나가 이발관이다.
이발을 자주 못했던 시절에 이발관을 찾는 것은 명절행사중 빠뜨리지 않는 행사였다. 현재 지역의 이발관들은 대부분 현대식으로 내부모습을 바꿨지만 아직도 추억의 이발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때 그 이발관’이 있다.

강진읍에서 완도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임천리 도로변에서 간판을 볼 수 있는 재건 이발관. 칠순을 넘긴 윤순칠(71)씨가 22년째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발관을 생각하면 연탄불위에 대형 솥단지에 물을 끓여 파란색 플라스틱 조로에 물을 뿌리며 머리를 감던 기억이 떠오른다. 빛바랜 그림속에 유명시인의 싯구와 사자성어와 이름모를 한자로 적혀진 목판이 벽면한쪽을 가득매우던 곳.

재건이발관에서는 추억의 장면들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가스불에 올려진 대형 솥과 조로, 푸시킨의 ‘정신’싯구가 적혀진 액자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칠전팔기(七顚八起)가 적힌 목판이 6평남짓한 이발관을 가득 채우고 있고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붉은색의자 두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재건이발관이 옛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게된 것은 윤씨의 절약정신 때문이다. 낡고 불편해도 사용가능한 것은 고쳐서 사용하는 윤씨의 고집으로 지금까지 모습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윤씨의 재건이발관도 이제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해남방면으로 생기는 4차선도로로 윤씨의 가게가 문을 닫아야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윤씨는 “근처에 집을 지어 이발관을 새로 만들고 싶지만 나이가 있어 힘들 것이다”며 “명절때가 되면 이발관을 찾는 손님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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