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로 돌아가자
기초로 돌아가자
  • 강진신문
  • 승인 2004.06.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교창<신전초등학교 교장>

우리의 교육이 왜 현재와 같이 이렇게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그 원인은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학교교육 자체만이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전반의 변화과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우리의 교육개혁이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서양교육을 도입한 것에서 그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교육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엄격한 규율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함은 물론 주입식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하여 서양의 교육은 학생들의 개성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시하는 교육을 해 왔다. 서양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교육학자들은 우리 교육과 서양 교육의 이러한 차이점을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서양 교육의 장점을 우리 교육에 접목시키려 하였다고 본다.

그런데, 서양의 교육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우리가 간과하였던 것은 그들의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측면만 받아들이고 엄격한 규율은 간과하였던 것이 중요한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교육에서 엄격한 규율은 우리 교육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양 교육에도 있었고, 지금도 서양의 교육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화와 전통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 엄격성의 외형적인 모습은 우리와 다른 것이 사실이나 그 본질은 같은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규율과 엄격성마저도 버린 것이 지금의 문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필자는 대학의 물리 시간에 학생들이 글씨 쓰는 모습만 보면 물리를 얼마나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과학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문자나 기호를 손에 익게 쓰지 못하면서 물리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물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수식을 많이 쓰고 계산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을 소홀히 하고 거창한 개념을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창한 실험을 하기 전에 저울이나 테스터를 사용하여 여러 물리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에서 기초란 예의를 지키는 일일 것이고, 국어에서 기초란 듣고, 읽고, 쓰는 일일 것이고, 과학실험에서 기초란 길이, 질량, 시간 등 기본 물리량을 측정하는 것이고, 응용과학인 공학에서 기초는 물리나 화학과 같은 기초 과학이고, 기초과학의 기초는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다.

 도덕 시간에 아무리 거창한 인생의 의미를 배워도 이웃간의 예의를 지키지 못하다면 소용이 없다. 고전을 섭렵하고 비판을 할 능력이 있어도 간단한 편지나 공문서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면 국어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과학의 원리와 법칙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과학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우리 교육이 이렇게 황폐화한 것에는 기초를 등한시한데 그 중요한 원인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서양의 교육을 도입함에 있어서 그들의 외형적인 자유분방함만 도입하고, 그들의 내면적인 규율과 엄격성은 간과하였던 것이다.

사실은, 서양의 교육이 가지고 있던 규율과 엄격성은 우리의 전통이었던 것인데, 현대화의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까지도 버리게 되었다고 본다. 모든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는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실수를 알고 그것을 바로잡으면 실수는 더 유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수를 체험하지 못하면 그 실수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지 못하지만 실수를 체험한 사람은 그 실수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수라면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실수를 하고도 실수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개선이 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교육에서 기초를 등한시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자각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자각이 철저히 이루어질 때 우리의 교육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신전면이 발행한 주작산5호에 실린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