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랑한다면 밥을 주세요
[서평] 사랑한다면 밥을 주세요
  • 강진신문
  • 승인 2019.04.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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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_ 김미진

부제가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다. 딱딱하고 빽빽한 헌법을 명태 두드려 말랑한 북어살 만들 듯 감칠 맛나게 써놓은 방송인 김제동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 이후로는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하던 헌법이 최근 전 국민에게 현실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목도된 사건을 떠올려 본다면, 2017년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을 듣던 그때가 대부분의 사람들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후로 헌법의 실체가 우리 의식에 각인된 것처럼 저자에게도 호기심과 관심, 급기야 일독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살려 발랄하고 가벼운 어조로 기록되었지만 주제가 헌법인 만큼 그 의미의 파장은 사실 깊고 무겁다고 하겠다.
 
헌법은 ① 전문과 총강, ② 기본적 인권의 보장, ③ 통치기구·통치조직으로 구성 되어 있다. 특히 저자가 선입견을 바꿀 수 있었던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은 누구나 한 번쯤 외웠을 법한 문장이다. 헌법 130조 중 '권력'이 딱 한 번 등장하는 조항이라고 감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4대 의무를 제외하고 대개의 조항이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에 대한 조항이라는 발견은 김제동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헌법이 예시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 중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용어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조항들이 열거되어 있다.
 
방대한 법조문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고, 열거한다 해도 너무 많은 정보가 핵심을 흐릴 수 있기에, 저자는 사랑고백의 형식을 빌어 국가가 우리 국민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연민하여 보호하려는 지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언급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감시자가 아니라 빽'이라니 얼마나 든든한가? 아래 제37조 1항은 저자 말대로 감동적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 한다.>
 
"내가 여기 안 적어놨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라는, 연애편지 같은 저자의 달콤한 독법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는 동시에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 지음

 
야무지게 톡톡 짚고 가는 사회 각 분야별 이슈 중에서도, 노자의 말을 빌어 국가가 국민에게 꼭 해야 할 중대하고 시급한 의무는 경세제민이라고 하는 데에 나는 방점을 찍어본다.
 
"백성은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어집니다. 일정한 마음이 없으면 방탕하고 괴팍하며 삿되고...그렇게 죄에 빠진 후에 쫓아가 형벌을 가한다면 이는 백성을 그물로 사냥하는 것입니다."
 
재치 넘치는 책담을 듣다 보면 어느새 반쯤은 보상 받은 후련함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부디 한 번 읽어 보시라! 헌법을 탐미하는 김제동의 화법은 마치 카푸치노 거품 같다. 그 달콤한 맛에 빠져 잠시라도 나로부터 나오는 주권과 권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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