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진에 대한 나의 소회(所懷)
[기고]강진에 대한 나의 소회(所懷)
  • 강진신문
  • 승인 2019.03.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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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주민복지실 통합조사팀

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지냈다. 그 기간을 헤아려 보니 15년이나 된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었다.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학과교수님들, 선후배들이 논문을 쓰라고 다그쳤지만, 나는 오로지 책만 탐독한 이상한 학생이었다.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도교수님께서는 나에게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라고 칭하셨다. 사무엘 베케트가 누굴까 해서 그의 책들을 읽어보았다. 그 느낌은 뭐랄까? 그의 문체는 무미건조 즉 바짝 말라서 가루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의 얼굴을 봐도 접근하기 힘든 건조함이 느껴졌다. 나의 얼굴에서 무미건조함과 절망감을 지도교수님께서는 읽으셨나 보다.

아버지께서 교직에서 은퇴하시고, 나에게 더 이상의 지원은 힘들다며, 장사를 권유하셨다. 지도교수님도 다른 길을 찾으라고 하셨다. 절망이었다. 안락함을 주었던 대학에서 떠나는 것은 그 만큼 힘들었다. 직장 터전을 강진으로 잡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큰아버지를 따라 강진 성전에서 한정식을 먹으면서 정감이 갔고, 아버지께서 은퇴하신 뒤 잠시 강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셨는데, 강진이 따듯한 고장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지인께서는 아버지를 통해 강진이 역동적인 곳이라며 권유하셨다고 한다.

지금 강진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실제로 강진에서 생활하다보니 아버지를 비롯한 어르신들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진이 지리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마음씨도 따듯한 고장이라는 곳을….

내 경험부터 펼쳐보자면, 나의 첫 근무지인 강진군 군동면이 떠오른다. 책 읽는 작업만 해서 내가 맡은 노인복지 업무가 힘들고 서툴기만 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요즘의 젊은 층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한 어르신께서 참전유공자 보훈신청을 하셨다. 기운이 없으신 채 "신청해서 미안하네"만 되풀이하셨다. 수동적으로 어르신들을 대하던 나에게 그 어르신의 말씀에 망치를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 부끄러웠다,

나는 그 어르신께 목에 힘을 주며 "어르신 그런 말씀마세요. 어르신 덕분에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어요. 어르신을 하나의 도서관이라고 비유하는데 젊은 세대인 저희들이 이를 무시하는 것 같아 죄송할 뿐인 걸요. 어르신 참전유공자 수당은 어르신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고맙네 고마워…."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어르신들의 말씀을 기울이고 군에서 내려오면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의 베케트 기질은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은 여전히 많지만,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근무하면서 느낀 점 외에도 강진은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고 느낀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진을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널리 알려진 무위사 외에도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치열하게 학문하셨던 곳일 뿐만 아니라 최근 건국포장을 받은 영랑 김윤식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뿐이 아니다.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하멜이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지역적으로도 갈대숲이 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갈대숲에서는 남도음식문화축제가 열린다. 주작산 자연휴양림 혹은 백운동 별서정원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월출산에서 등산도 할 수 있다.

마량에서 싱싱한 회를 맛볼 수있고, 가우도에서 짚트랙을 통해 하늘을 가를 수도 있다. 청자의 흔적은 물론 현대적으로 재조명된 청자도 느낄 수있다. 아트홀이라는 곳을 통해 여러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고 오감통에서는 미래의 음악가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적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동적인 곳인 강진이다. 이렇게 개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2019년에 전남 최초로 올해의 관광도시로 강진이 뽑혔을 것이다. 3월 30일부터 3월 31일까지 강진 군동면에 소재한 금곡사 일대에 '강진군동금곡사 벚꽃길 나들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강진에서 시행하는 축제들이 열린다. 정적이면서 동적인 고장 강진! 올해 가족, 연인 등 사랑하는 이들과 강진방문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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