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인명(人名)은 재처(在妻)다
[다산로]인명(人名)은 재처(在妻)다
  • 강진신문
  • 승인 2019.03.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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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만 전 의정동우회장

최근 몇 년 사이 100세 시대 도래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신문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90세를 혹은100세를 넘은 장수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장수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른바 축복받은 장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축복받은 장수란 어떤 삶일까? 그 해답을 전통적인 오복에서 찾아보면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효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다. 즉 적정한 부유함을 갖추고 큰 질병과 시름없이 덕을 쌓으면서 장수를 누린 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삶을 말한다.

동서고금에 공통되는 행복지표의 구성요소는 건강하고 오래살고 돈 많이 벌고 명예와 권력을 누리는 것들인데 조선시대에는 행복의 기준으로 앞에서도 거론한 오복 수.부.강녕.유효덕.고종명 이다. 수는 오래 사는 복, 부는 부유함을 누리고 사는 복, 강녕은 큰 우환 없이 건강하게 사는 복, 유효덕은 덕을 쌓으면서 즐기며 사는 복이다. 고종명은 주어진 명을 다하고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복이다.

오복가운데 수를 첫째로 내세우듯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오래 사는 것이야 말로 가장 복된 삶이라고 했다. 일찍 죽는 것을 가장 큰 불행으로 여겼다.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났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더라도 이승을 벗어나면 헛될 뿐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의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런 배려에서 인명재천(人名在天)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천수라는 용어 또한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인명재천도 시대의 조류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 인명재차(人名在車)라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차(車)만 피하면 오래살수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은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여왕처럼 대우받으려면 왕처럼 대우하라?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남자에게 져주는 여자 그것이 이기는 여자다. 당신이 이기는 이유는 내가져야 당신이 이기고 당신이 이겨서 기분이 좋아야 남자가 좋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1세기의 운명은 인명재처(人名在妻)라고 하기 때문이다. 여자 잘 만나야 건강과 장수와 행복이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예찬론자도 있다.

운명론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변천사 장수에 대한 염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다. 그러나 장수를 하려면 건강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장수는 축복이 될 수 없다. 물질적 풍요에 따른 생활의 넉넉함과 편리함이 결코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시사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곧 장수를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를 지녀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인자수(仁者壽)어진자는 오래 산다고 했다. 어진사람은 잡념에 욕심이 없으며 항상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함으로 장수한다는 뜻이다.

선인들에 따르면 마음은 인체의 주인이라고 했다. 오관(五官)을 관장하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의 여유로움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황희(1362~1452)정승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그는 조선의 명재상이자 청백리의 귀감으로 9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고려 우왕시절 음직으로 관직에 진출했다가 1389년 공양왕때 문광에 급제했다. 그 후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치고 1431년(세종13)69세 때 영의정에 올라 숨을 거둘 때까지 약20년 동안 현직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노익장이었다. 그전 그의 삶은 늘 여유로움으로 넘쳤다.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었으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항상 웃음으로 대했다. 다음의 일화가 말해준다. 여자 종 둘이 싸우다가 선생에게 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먼저 한 종이 선생에게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말하자 "그래 네 말이 옳다" 하고는 돌려보냈다.
 
이어 다른 종이 달려와서 억울함을 다시 호소하자 "네 말이 옳다" 하고 보냈다. 곁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선생이 처사가 옳지 않음을 말하니 "과연 부인의 말도 옳소"라고 했다. 얼핏 보면 주관이 뚜렷하진 않는 듯도 하지만 사소한 언쟁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인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한편 재앙은 입에서 나오고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는 일본속담이 있듯이 음식은 역시 장수를 위한 주요 요소다.

장수를 위한 양생법의 요지는 과유불급 곧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으며 즉 그것이 정신(마음)이든 신체 보양이든 중화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운동은 규칙으로 필수며 시간 투자가 중요하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과 리듬에 맞게 노년이라는 생의 무대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나이든 삶을 사는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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