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기대감으로 시작되는 3월이다. 연두 빛 새싹같이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하고 드디어 새 학기를 맞는다. 또래의 아이들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름의 작은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인생의 중요한 첫걸음을 디디는 것이다.

새 학기를 맞아 바쁜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들 늦둥이 현우가 갖는 첫 입학식에 내가 잠을 이룰 수 없다. 같은 반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일지,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학교생활에 적응은 잘 할 수 있을지, 긴 수업시간에 지루해 하지 않고 잘 따라 갈 수 있을지, 엄마를 찾으며 수업시간 내내 울지는 않을는지. 걱정과 근심이 머릿속을 빼곡하게 채운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아이는 오로지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뿐 인 것 같다. 학교에 히읗자만 나와도 벌써 꺅꺅 소리를 지르며 난리다. 덕분에 나 또한 분주하다. 책가방에 학용품, 새 옷까지 수십 년 만에 다시 준비하게 된 우리 집 늦둥이의 입학식을 맞아 온통 준비할 것 투성이다.

고마운 것은 여전히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입학을 축하한다면서 학용품을 한 박스나 사와 건네는 분이 있는가 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앙증맞은 책가방을 입학선물이라며 전해주기도 한다. 주변의 살뜰한 챙김 속에 지난 월요일, 우리 현우의 동초등학교 입학식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던 작은 아이가 이렇듯 자라서 초등학교 입학식까지 하게 된 모든 과정은 생각해보면 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사랑의 손길 속에 매순간이 도전인 일상의 모든 일들이 행복함 속에서 웃음으로 완성 될 수 있었다.

사실 현우의 친엄마는 베트남 이주민 여성이었다. 이역만리 타국으로 시집온 엄마는 안타깝게도 산고를 치르는 과정 중 사망했다. 자칫 엄마 뱃속에서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떠날 수도 있었던 현우는 사망한 모체의 태내에서 힘을 다해 버텼고, 오랜 시간의 수술 끝에 간신히 태어날 수 있었다.

생명은 구했지만 길었던 난산의 후유증은 컸다. 목숨을 구하는 대신 장애를 얻었다. 뇌로 전해지는 산소가 결핍돼 소뇌의 기능이 상실되었고 뇌병변 1급이라는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다. 처음 현우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근육이 움츠러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감정을 배우지 못해 인형처럼 무표정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 7년여의 시간, 힘을 다한 재활치료와 언어치료, 작업치료와 걷기 연습으로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 여전히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예와 아니오를 '아'로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가 하면 때로는 화를 내며 울기도 하고 때로는 깔깔대며 웃는 등 감정 표현도 활발해졌다.

 물론 비장애인들의 눈에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거듭되는 발전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현우의 모습이 나날이 새롭고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해 보면 천사들은 세상 어느 곳에서든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곁을 따뜻하게 지키고 있다. 현우를 키우는 과정 속에서 만난 천사들 또한 그러하다.

현우가 서는 연습을 통해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기립기를 선물해준 분들부터 기저귀라도 구입하라며 십시일반 모아 후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 남의 자식 같지 않다며 새로운 치료 기기가 들어올 때마다 크게 할인을 해주는 장애보조기구 사업체 사장님, 가진 노하우를 모두 알려주며 제 일처럼 돕는 비슷한 상황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까지. 상황과 방법은 달라도 그 따뜻한 연대는 지친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큰 힘이 되어 현우와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면 먹고 쓰고 남아서  친절을 베풀고 선행을 행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사는 형편은 비슷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남을 제 가족처럼 돌보는 사람들이다.

다른 이의 어려움을 알아보는 따뜻함을 담은 눈과 살뜰한 관심이 모여 기적은 어느덧 누군가의 현실로 발현되기도 한다. 현우의 초등학교 입학을 맞아 이런 기회를 통해 감사드리고 싶은 이웃이 있다.
강진신협 유안석 과장님을 통해 알게 된 이웃사랑회 회원님들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도움을 주셨다.

덕분에 우리 현우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능성 유모차를 살 수 있었다. 광주로 재활치료를 다닐 때 차에서 내리면 치료실까지 안고 뛰어야 하는데 마련해주신 유모차 덕에 힘을 덜 들이고 안전하게 치료실까지 갈 수 있다.

현우를 위해 끊임없는 사랑과 애정을 베풀어 주시는 지인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단 하나 사랑만큼은 모자람 없이 듬뿍 받으며 밝게 자라고 있는 우리 현우다.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애정과 관심의 눈길로 우리 현우가 걸어갈 인생의 길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