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두 나무꾼
[다산로] 두 나무꾼
  • 강진신문
  • 승인 2019.02.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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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수필가

탐욕은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가 없다. 불행의 씨앗 탐욕은 혈육의 정마저 서슴없이 갈라놓는 만큼, 우리 선인들은 자녀 훈육을 통해 탐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힘썼던 것 같다. 조선시대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이 자녀를 훈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 나무꾼 이야기가 있다.

어느 산골 마을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주 산에 올라 나무를 했다. 한 사람은 약삭빠르고 행동이 민첩하여 나무를 원숭이처럼 잽싸게 오르내리면서 많은 땔감을 했다. 다른 사람은 행동이 굼뜨고 대담하지 못해서 나무를 오르지 못했다. 어느 날 약삭빠른 사람이 말했다.

"좋은 땔감은 땅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 위에 있는 것이란다. 나도 처음 나무에 오르는 법을 연습할 때 발바닥이 부르트고 무서웠지만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평지처럼 안전하게 느껴졌단다. 그 때부터 나는 많은 땔감을 구할 수 있었고, 평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땔감은 더욱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굼뜬 사람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나는 평지에 있고 너는 나무 끝에 있으니 서로의 거리를 길이로 논할 바가 아니란다. 낮다는 것도 혹 낮지 않을 수도 있고, 높다는 것도 혹 높지 않을 수도 있으니, 높다 높지 않다, 낮다 낮지 않다 함을 너와 내가 정할 바가 아니란다. 많이 얻은 자는 그 만큼 화의 근원이 깊어지는 것이며, 빨리 얻은 자는 잃는 것도 빠른 법이다."

얼마 쯤 지나 약삭빠른 사람이 벼랑 끝에 소나무 가지를 치다가 떨어져 기절했다. 한참 만에 정신이 돌아왔으나 후유증으로 두 눈이 실명되어 걷지도 못하고 앞을 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그 때 굼뜬 사람의 이야기대로 살았더라면 이렇게 되질 않았을 것이라면서 후회를 했다.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지나친 욕심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정과 이웃 그리고 주변의 사람과 멀어지게 된다. 지혜의 바다 노자는 자제와 자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된 변을 당하는 일이 없고, 적당히 그칠 줄 알면 위험한 꼴을 당하지 않아, 오래도록 편안히 있을 수 있다."

과욕이 초래하는 폐단이 극심했기 때문에 우리의 선조들은 지족의 철학을 강조했고, 지족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기보다 혼자서 더 빨리, 더 먼저, 더 높이 나가길 강요한다. 한 술 더 뜬 부모는 자녀를 위한다며 편법과 불법을 서슴없이 저지르다 발각되어 패가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선인들은 "풍족하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면 부족한 것이요, 부족하면서도 풍족하다고 느끼면 풍족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고 적음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욕심을 줄이면 마음이 커지고 넓어 질 수 있다. 마음이 지저분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맑고 고요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조선시대 유명한 문장가였던 강희맹이 500년 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들려준 두 나무꾼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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