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또 하나의 마을 '청자촌캠핑장'...캠핑카로 주거문화 형성
1년 넘게 머무는 장박도 증가세...모든 소비 90%이상 강진서 지출


65세 이상 노년층이 주를 이루는 '실버(silver) 캠핑'이 뜨고 있다. 하루 이틀 머물다 되돌아가는 단순한 캠핑이 아니다. 짧게는 열흘부터 길게는 석 달까지 머무는 이른바 '장박(長泊)'이다.
 
유형도 다양하다. 승합차나 화물차를 개조한 캠핑카를 비롯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캠핑트레일러를 끌고 와 머물기를 반복한다. 집과 같은 '장비'를 펼쳐 놓고 몸만 다니는 '별장'의 개념이다. 별장과 다름없는 캠핑카들이 모이고 모이면서 하나의 터전을 만들고 그 공간이 확대되며 거대한 주거문화를 만들어 가는 식이다. 강진에 마을 하나가 새로 생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캠핑이라는 문화를 통해 강진에서의 삶과 재미를 누려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꿈꾸는 강진캠핑의 미래는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지난 18일 대구면 청자촌에 자리한 '강진청자촌 오토캠핑장. 제2캠핑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다양한 모습들을 갖춘 여러 대의 캠핑차량이 눈길을 끌었다. 강진청자촌 오토캠핑장은 1만5천㎡부지면적에 제1캠핑장부터 제3캠핑장까지 모두 3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정식형태의 카라반(캠핑용트레일러)이 놓인 1캠핑장을 제외하고 2캠핑장과 3캠핑장은 이용자들이 직접 이끌고 온 캠핑차량을 통해 이용료를 내고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요즘 제2캠핑장은 그야말로'실버타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노년층이 주를 이룬다. 정년퇴직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령자세대인 이른바 '실버 세대'가 캠핑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A(62·경기도 분당)씨 또한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 한 뒤 지난해부터 캠핑에 관심을 갖게 됐다. A씨 뒤로 보이는 이동식캠핑카는 한 눈에 봐도 수 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그 크기와 모양새가 고급스러움을 뽐냈다. 캠핑카 안에서는 A씨의 부인이 점심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A씨는 강진에서 열흘 정도 머무르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강진의 정취와 따뜻한 기후에 빠져들고 문화를 즐기며 생활하다보니 그 시간이 열흘을 훌쩍 넘어 어느덧 석 달이 다돼갔다. 부인만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집이 있는 경기도 분당을 다녀올 뿐이었다.
 
A씨 부부의 일상은 여느 강진군민과 비슷했다. 캠핑장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한 마량시장에 들러 그날 먹을 식재료를 구입하고 때로는 인근 식당에서 외식을 즐길 때도 있다.

매주 월요일이면 마량에 있는 목욕탕을 가고 주말이면 강진의 관광명소를 들러 문화생활을 즐긴다. 차량에 넣을 기름 또한 대부분 강진 관내 주유소를 이용한다. 모든 소비의 90%이상을 강진에서 쓰는 셈이다.
 
A씨는 "주유비와 간식비, 식재료 등을 합하면 하루 평균 2~3만원 정도는 지출하는 편이다"며 "이는 이곳에서 장기간 캠핑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하루 생활비다"고 설명했다. A씨가 강진에서 머무른 날이 석 달 정도였으니까 이 기간 동안 생활비로 180~270만원 정도를 쓴 셈이다.
 
지난 1월초 강진을 찾은 또 다른 캠핑객 조의영(66)씨는 오는 설 명절 전까지 캠핑을 즐길 예정이다. 강진에서의 장박은 올해가 두 번째다. 조 씨 역시 부인과 함께 캠핑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조 씨는 강진청자촌 캠핑장 시설이 전국에서는 으뜸이라고 평가했다. 샤워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 주변의 관광지와 문화공간도 충분해 연계효과까지 뛰어나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매년 캠핑을 위해 강진을 찾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씨의 추천에 강진으로 온 캠핑객들도 여럿이다. 캠핑이라는 문화가 유대관계 형성이 좋고 인적네트워크 또한 잘되어 있다 보니 입소문이 돌고 돌면서 강진이 겨울캠핑의 명소로 뜨고 있는 것이다.
 
조 씨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홍보대사'라고 칭한다. 어디는 날씨가 따뜻해서 좋고 어느 곳은 시설이 정말 잘되어 있어 최고더라는 정보를 늘 공유하고 때로는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얼마든지 강진의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청자촌 오토캠핑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제2캠핑장에 머물고 있는 65세 이상 실버캠핑객들은 대략 20개 팀이다. 제3캠핑장에 머물고 있는 인원까지 더하면 총 34개팀 70여명의 사람들이 강진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씩을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전라남북도는 물론 서울과 경기도, 충청남북도, 멀리는 강원도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문시정 관리소장은 "당초 장박은 겨울 비수기 때 캠핑장의 틈새 전략으로 나온 아이디어다"면서 "이용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보통 11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장박 캠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제2캠핑장과 제3캠핑장에서 장박을 즐기는 '실버' 캠핑객들을 보고 있을 때면 실버타운이 자연스레 형성돼 하나의 마을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별장과 다름없는 캠핑카들이 모이고 모이면서 하나의 터전을 만들고 그 공간이 확대되며 거대한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강진군이 이에 맞춰 캠핑문화 확산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과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문 소장은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들고 강진으로 이사를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강진군이 추구하는 '체류형 관광'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면서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차별화된 캠핑전략을 펼쳐나간다면 지역적 경제효과는 분명해질 것이다"고 전했다.<계속> 


   
 
◆ 강진서 캠핑카 생활 2년째인 박순종씨


"할아버지 뵈러 강진왔어요"
제2캠핑장에 자리 잡은 한 캠핑카에서는 어린 여학생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에도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제2캠핑장에서 '장박'을 하고 있는 박순종(78·서울시)씨 부부의 모습이다. 박 씨는 캠핑카에 머물며 지낸 세월이 2년을 넘었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집을 놔두고 강진에서 2년 넘게 살고 있다는 얘기다. 강진이 좋아 떠나기 싫었다는 게 그저 이유다.
 
이렇다보니 명절이나 박 씨의 생일 등 특별한 날만 있으면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강진으로 내려오는 일까지 생겼다. 이날도 겨울방학을 맞은 손녀가 할아버지인 박 씨를 보기 위해 강진을 찾은 것이었다.
 
박 씨는 "작년 추석 명절도 자녀들이 강진으로 왔는데 캠핑카에서 함께 먹고 자며 나흘을 머물고 돌아갔다"며 "아들네 부부는 '강진군이라는 지자체가 있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는데 이 정도면 강진군 홍보를 톡톡히 한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다. 박 씨는 이번 설 명절에도 자녀들이 강진으로 내려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이곳에서 1년 넘게 장박을 하는 노년층 캠핑객들이 더 있다"며 "어찌 보면 우리들도 강진에 거주하는 군민과 다름없는 주민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