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귀농인이 애호박 재배에 첫 도전했다. 그저 여든의 나이에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모종을 심고 관리해가며 지내기를 90여일. 그는 요즘 자신의 키만큼이나 자란 애호박 밭에서 매일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땅은 거짓이 없어요. 노력한 만큼 대가를 줍니다"
 
지난 11일 오후 신전면 대월마을에 자리한 한 비닐하우스. 불편해 보이는 한쪽다리를 힘겹게 이끌며 애호박을 수확하던 윤재열(80)씨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법 추운날씨에도 비닐하우스 속 온도는 30도에 가까웠다. 윤 씨는 200평 규모 하우스 2동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애호박을 수확했다.  
 
윤 씨는 10년 전 강진으로 귀농했다. 나이 일흔 살 되던 때였다. 신전 수양마을에 사는 조카가 비닐하우스 두 동을 내어주면서 농사를 권유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살기를 갈망했던 윤 씨였기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신전면으로 내려왔다. 
 
강진으로 귀농하기 전 목포에서도 논농사를 해왔기에 농사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다. 한 때는 농촌지도자 전남연합회장도 역임했던 터라 나름의 지식도 있었다. 귀농 첫해부터 토마토를 재배했고 작년까지 매년 수확에 나서며 많은 성과도 거뒀다.
 
윤 씨가 여든의 나이에 애호박 재배에 도전해보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만류가 빗발쳤다. 강진에 애호박 재배농가가 거의 전무한 상황인데다 겨울을 앞둔 10월의 시기에 모종을 정식하고 키운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그래도 자신의 '노하우'와 '성실함'을 믿고 싶었다. 여든의 나이에도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윤 씨는 먹고 자고 잠시 신전복지관을 들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길이 40m되는 비닐하우스 안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홀로 왕복하며 꽃솎음(적화)작업을 했다. 애호박이 제법 커질 때쯤이면 일일이 비닐을 씌워가며 '수확의 행복'을 꿈꿔갔다.
 
겨울철 시설하우스 작물에 많이 발생하는 '흰가루병'도 윤 씨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윤 씨는 자신만의 감각을 바탕으로 습도가 높다싶으면 환기를 통해 비닐하우스 내부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흰가루병 발생율이 적고 농약을 사용할 일도 없다.
 
겨울철 시설하우스 작물에 필수조건인 온풍시설이나 보온커튼조차 윤 씨의 하우스에서는 보이질 않았다. 밤사이 비닐하우스 외벽에 지하수를 뿌려 보온을 유지하는 수막시설이 전부다.
 
윤 씨는 오는 2월말까지 애호박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첫 수확이후 현재까지 200박스 넘는 물량을 광주원예농협으로 보냈다. 한 박스에 보통 애호박 18개 정도가 들어간다. 400박스를 팔면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다는 게 윤 씨의 설명이다. 
 
윤 씨는 "애호박 잘 키워낸 것이 뭐 대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80의 나이에도 도전하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신문사에 제보하게 된 것"이라며 "농사에 있어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저 용기와 끈기 그리고 성실함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젊은 농업인들을 향해서는 허황된 꿈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큰 각오와 노력 없이는 땅에서 그 어떤 것도 쉽게 가져갈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 씨는 "애호박 수확이 마무리되면 가시오이 재배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며 "가시오이 재배도 성공하게 되면 다시금 신문사에 전화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