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남은 여생을 위하여
[다산로] 남은 여생을 위하여
  • 강진신문
  • 승인 2018.12.31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호만 _ 전 의정동우회장

옛날의 노인들은 희소가치가 있었다. 영양과 의료시설이 나빠서 평균수명이 40세도 못되던 시대에 6.70년의 긴 생애를 사는 노인은 많은 신뢰와 존경의 대우를 받았었다. 노인은 지혜와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마을의 원로(元老)로서 사회적 권위가 있고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옛날에는 경로(敬老)사상이 강했다. 노인은 사회의 어른으로써 모두 우러러 보았다. 좌절감과 무력감과 소외감도 없었다. 백발은 권위의 상징이며 주름살은 지혜의 징표로 여겼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면서 기능과 능률과 생산력을 중시하고 평균 수명이 80이 넘는 고령화 사회로 바뀌면서 노인은 사회의 희소가치를 상실했다.

경로사상이 노인을 경멸하고 무시하게 되었다.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경로사상의 전통을 중요시 하며 이것을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강조했으며 동방예의주의 국가라고 했다. 대가족 사회가 갑자기 핵가족 사회로 바뀌면서 노인은 권위와 존경의 자리에서 쇠퇴와 망각의 자리로 전락했다. 행복한 노년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요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유생자필유사(有生者必有死)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늙고 지혜롭게 늙고 보람 있게 늙고 행복하게 늙을 수 있느냐.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 이것은 인간의 큰 문제가 아닐까? 인생의 마지막 즈음 고비에 중대한 가로에 놓여있어 늙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 우리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
 
체력과 기력이 쇠약해진 노년기에 도달하면 사회적 횔동무대에서 물러나 많은 여가를 즐기면서 인생의 마지막 즈음 여생은 조용히 보낸다. 이것이 제3의 인생이 아닐까, 사회적 의무와 책임의 무거운 짐을 벗어놓고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조용히 살아야 할 때다. 제3의 인생은 사회적 의무와 책임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이 많고 마음의 여유와 자유가 많은 때다. 그러나 늙음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큰 도전과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노년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이것이 모든 노인의 최대의 과제요 최대의 관심사다. 인간의 연령은 세 종류가 있는데 호적상의 연령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신체적 연령과 정신적 연령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연령이다. 정신적 연령이 젊어져야 신체적 연령도 젊어진다. 마음이 젊어야 몸도 젊어진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늙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몸도 늙지 않는다. 심로신로(心老身老)라고 한다. 항상 젊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신체적 연령이 젊어진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젊은 사람이 있는 반면 몸은 젊었지만 마음은 항상 늙은 사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젊게 갖는 것이다. 정신적 젊음이 신체적 젊음을 가져온다. 늙은이는 돈이 없지만 시간은 많다. 앞으로 남은 긴 여생을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정신적 문제가 필요하다. 아름답게 늙고 지혜롭게 늙고 보람 있게 늙을 수 있느냐는 노년의 근본문제며 가장 어려운 과제다.
 
인간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한순간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살아간다. 그러나 생활에 쫓기다 죽음을 망각하고 있다. 인간은 지상의 나그네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이 엄연한 사실은 깊이 냉철하게 자각할 때 우리는 숙연해지고 성실해지고 진지해지지 아니 할 수 없다.
 
인간이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잠시 몸을 가탁하는 것이요 죽는다는 것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온종일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듯이 자기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안락한 잠을 잘 수 있다. 인생을 성실하게 산 사람만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초가 다타고 마지막 즈음 심지가 쓰러지면서 불꽃은 거드는 것처럼 죽음은 우리에게 건강한 몸과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평소에 풍부한 마음을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