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쓰임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에 쓰임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11.25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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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지역자활센터, 폐기물로 방치된 공간 '열린 책방'으로 꾸며

3평 남짓한 '계단 밑 공간'... 작은 손길로 '희망의 공간' 탈바꿈

"그저 쓰임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지난 16일 강진지역자활센터 사무실이 위치한 군동면 중흥상가. 건물 1층 출입구에서 만난 문정국(43)강진자활센터장은 자활센터의 수장답게 '쓰임새'라는 관점에 있어 표면적 가치보다는 사물 본연의 존재론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문 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곳은 건물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의 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 4단 높이로 칸칸이 나눠진 책장은 시집부터 장편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로 빼곡했고 그 앞으로는 테이블과 기다란 목재의자가 좁은 공간을 앙증맞게 꾸미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방치된 자전거와 주변 상가들이 문 닫고 떠나면서 내놓은 각종 폐기물이 뒤덮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던 공간이 최근 보름 만에 책들로 가득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 센터장은 이곳을 '열린 책방'이라고 불렀다.  

그저 일반적인 책들과 평범한 테이블 그리고 단순히 의자만 놓인 공간이지만 소소한 물건의 가치를 인정하고 하찮은 것의 소중함을 존중하도록 의미를 담아냈다는 것이 '열린 책방'에 대한 문 센터장의 설명이다.

테이블은 문 센터장이 자택의 폐 신발장을 뜯어낸 자재로 손수 제작했고 기다란 의자는 주변에 널브러진 목재를 모으고 연결해 만든 작품이다. 책장을 제작하는 데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힘을 보탰고 300권에 가까운 책들은 지난 수 년 동안 기증받은 것들을 다시금 꺼내고 정리해 내온 것이다. '열린 책방'을 조성함에 있어 지자체의 지원금이나 자활사업비는 일원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 센터장은 '열린 책방'이 자활센터를 드나드는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희망의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 센터장은 "단순히 보여 지는 시각적 효과를 넘어 세상에 쓰임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존재적 가치를 전달해보고 싶었다"며 "버려지고 방치됐던 공간이 작은 관심과 손길만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또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게 된다면 이 또한 자활센터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센터장은 "열린 책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책을 기부하거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나눔의 손길이 확산된다면 사회적 재도약을 꿈꾸는 자활참여자들에게 더없이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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