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지역자활센터, 폐기물로 방치된 공간 '열린 책방'으로 꾸며
3평 남짓한 '계단 밑 공간'... 작은 손길로 '희망의 공간' 탈바꿈
"그저 쓰임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3평 남짓한 '계단 밑 공간'... 작은 손길로 '희망의 공간' 탈바꿈
지난 16일 강진지역자활센터 사무실이 위치한 군동면 중흥상가. 건물 1층 출입구에서 만난 문정국(43)강진자활센터장은 자활센터의 수장답게 '쓰임새'라는 관점에 있어 표면적 가치보다는 사물 본연의 존재론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문 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곳은 건물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의 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 4단 높이로 칸칸이 나눠진 책장은 시집부터 장편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로 빼곡했고 그 앞으로는 테이블과 기다란 목재의자가 좁은 공간을 앙증맞게 꾸미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방치된 자전거와 주변 상가들이 문 닫고 떠나면서 내놓은 각종 폐기물이 뒤덮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던 공간이 최근 보름 만에 책들로 가득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문 센터장은 이곳을 '열린 책방'이라고 불렀다.
그저 일반적인 책들과 평범한 테이블 그리고 단순히 의자만 놓인 공간이지만 소소한 물건의 가치를 인정하고 하찮은 것의 소중함을 존중하도록 의미를 담아냈다는 것이 '열린 책방'에 대한 문 센터장의 설명이다.
테이블은 문 센터장이 자택의 폐 신발장을 뜯어낸 자재로 손수 제작했고 기다란 의자는 주변에 널브러진 목재를 모으고 연결해 만든 작품이다. 책장을 제작하는 데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힘을 보탰고 300권에 가까운 책들은 지난 수 년 동안 기증받은 것들을 다시금 꺼내고 정리해 내온 것이다. '열린 책방'을 조성함에 있어 지자체의 지원금이나 자활사업비는 일원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 센터장은 '열린 책방'이 자활센터를 드나드는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희망의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 센터장은 "단순히 보여 지는 시각적 효과를 넘어 세상에 쓰임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존재적 가치를 전달해보고 싶었다"며 "버려지고 방치됐던 공간이 작은 관심과 손길만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또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게 된다면 이 또한 자활센터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센터장은 "열린 책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책을 기부하거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나눔의 손길이 확산된다면 사회적 재도약을 꿈꾸는 자활참여자들에게 더없이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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