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법정스님과 길상사의 깊은 사연
[다산로] 법정스님과 길상사의 깊은 사연
  • 강진신문
  • 승인 2018.11.04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호만 _ 전 의정동우회장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즉,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무소유는 본래 인도 자이나교의 전통이다. 자이나교 승려들은 철저하게 무소유를 실현했다. 몸에 실오라기도 하나 걸치지 않고 수도 생활을 한다. 비폭력 무소유 채식주의도 자이나교의 교리에서 유래했다. 간디의 비폭력 독립운동과 무소유 정신도 자이나교의 가르침과 관련이 깊다. 자이나교를 비롯한 인도의 정신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 신도 수는 인도인구의 1%정도라고 한다.
 
법정스님은 1989년 인도를 여행하며 간디가 거처하던 집을 찾아가 보고 그 간소함에 감명을 받았다. 그의 방은 수도승의 거처보다 훨씬 간소한데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내 자신이 지닌 것이 너무 많아 몹시 부끄러워졌다고 했으며, 1976년에 쓴 무소유 수필 첫머리에서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불제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히도 많은 평판 이것뿐이요' 라는 간디 어록을 인용한다.
 
십자가는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도심 속에서 절을 찾아보기 어렵다. 길상사는 나무들이 많고 추경(秋景)이 뛰어나 가을철이면 도심 속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하루에 5,000명가량의 중생이 찾는 것이라고 한다. 길상사 이전 대원각이란 이름의 요정은 많은 여인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요정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조선권번 기생출신'김영환 여사'의 마음속에는 평생 두남 자가 있었다.
 
하나는 천재시인 백석이었고 하나는 글을 읽고 존경하게 된 법정스님이였다. 두남 자는 모두 글을 잘 쓰고 정신세계가 여유로운 그런 남자 였다. 천재시인 백석 그는 누구인가? 죽음 뒤에서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게 순수의 운명이라고 했으며 문학은 우주자연과 인간사회의 아름답고 깊고 먼 것들을 감동 속에 사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1957년 백석은 부르주아 문학이라는 비찬과 함께 사실상 당의취조를 받았고 1958년 겨울 삼수갑산(三水甲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오지인 함경남도 삼수 순에 현지파견명목의 유배를 간다.
 
백석은 1995년이나 1996년까지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상을 뜰 때까지 삼수군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 이후 소식을 알길이 없다. 김영환 여사가 마음속에 평생 두 남자중 백석시인은 이북에서 생사를 알길 없고 한사람 법정스님 밖에 없다. 터 7천평의 대원각은 현재재산 가치로 1,500억 원대를 호가 한다고 했다. 김영환 여사는 법정스님이 설립한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서 활동하며 10년 동안 스님에게 간청하다시피해 대원각을 부처님께 바쳤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근본도량 길상사는 이렇게 태어났다. 이와 함께 법정스님은 이재단과 함께 장학 사업을 벌여 30여권의 저서에서  나오는 인세수입 수십억 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과연 대원각은 어떤 곳인가?

1950~1970년에 밀실정치의 무대였다. 서울의 3대 요정중 대원각은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특별 밀실공간이였다. 이런 곳이 일반시민들이 위로받고 휴식을 할 수 있는 종교시설로 바뀌게 됐다. 요정을 리모델링한 길상사는 여느 사찰처럼 일주문도 없고 부릅뜬 사천왕상도 보이지 않고, 조각가 최종태씨의 관음보살상이 있다. 최 씨는 마리아상으로 이름난 조각가다. 법정스님은 관음보살상의 조각을 왜 최 씨에게 맡겼을까?
 
마리아상을 닮은 관음보살상을 법정스님이 고 김수환 추기경, 이해인 수녀등과 가졌던 교분과 종교화해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종교지도자들이 법정스님 처럼 다른 종교와의 화해에 관심을 쏟는다면 우리사회에서 종교 갈등이 크게 줄어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넘어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생이 된다거나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법정은 오늘 나의 취미는 끝이 없는 인내다. 이는 법정스님의 명제[무소유]중 나의 취미는 이라는 글의 한부분이다. 인내를 취미라고 말한 것은 모든 삶에 있어 인내를 바탕으로 하고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내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절제의 미덕이며 자기구현의 원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삼각산에 비가 오면, 끝자락 길상사에 새로운, 실개천이 생긴다.
 
시원한 포발이 부서지는 작은 실개천이, 경내를 휘감아 돌며 가슴을 파고드는 물소리를, [행복한 하루라는 이종의 시]김 여사가 이 물소리를 들으며 대원각을 시주할 결심을 했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의 더 큰 행복의 가치, 얼마나 소중하가를 모두의 심금을 울려 주었다. 무소유 나눔의 정신은 큰 교훈이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