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에서 해군국제관함식이 열렸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50여 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이 식전에 유독 일본만이 불참했다. 이유는 자기들의 군함에 욱일기(旭日旗)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우리정부의 결정에 불복해서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엊그제, 이번에는 일본 외교부가 우리정부에 항의를 해왔다. 한국의 군함에 태극기와 함께 수자기(帥子旗)를 게양했다 는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욱일기 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전 세계에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 14년간 2.00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전장터에서 사용했던 전쟁깃발이고 수자기는 그것과는 정 반대의, 그들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평화기(旗)였던 것이다.
 
수자기에 대한 글이다. 신미양요 당시 참전한 어느 미국인의 술회이다.

"조선인,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흰옷을 입은 의병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포화속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옆의 동료가 포탄에 맞아 살과 피가 튀어도 도망치지 않았다. 잠시 흩어졌다가도 다시 '수자기' 밑으로 모여 들었다. 그들은 대포를 비롯한 총포에 맞서 활과 칼로 대항했고 활이나 칼이 못쓰게 되면 돌을 집어 들었다. 탈영병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은 군인도 아니고 의병이었는데 포로로 잡은 이들에게 지휘부를 문초하면 모른다, 죽여라! 했다. 실제로 혀를 깨문 이도 있었다. 실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이었다. 많은 전장에 나가 보았지만 이러한 민족은 보지 못했다."
 
'수자기' 라는 단어를 처음 본 글이다. 그냥 한글로 되어 있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다만, 우리 조상이 어렸을적부터 마을 서당엘 다니며 충과 효를 목숨보다 더 중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만 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야 알았다. 장수 수(帥). 글자 자(字), 즉 '장수 수자가 새겨진 깃발' 이라는 것을.
 
국제 관함식이 열리고 있는 그 시각. 우리의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그것보다 더한, 소가 웃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회 모 중진의원이 뱅갈산 고양이 한 마리를 우리에 넣어 가지고 나온 것이다. 그가 대 정부 질의를 했다.
 
"며칠 전에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되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눈치도 없는 퓨마가 탈출한 것이다. 그런데 퓨마가 우리를 이탈한 지 1시간 35분 만에 NSC가 열렸다. 퓨마는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육사나 관람객을 살상하거나 하지 않는다. 우리가 열려있어 밖으로 나간 것일 뿐이다. 마취 총을 쏴도 안 죽으니까 사살을 했다. 불쌍하지 않느냐 ? "
 
국회국정감사에서 하는 질의로서의 적부는 차치하고 도대체 그가 하는 말의 의도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앵커도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퓨마가 탈출해 회담이 불길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하찮은 퓨마가 탈출했는데 NSC까지 열었느냐? 는 말인지, 또 그것도 아니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퓨마를 왜 굳이 총을 쏴 죽이기까지 했느냐는 질책인지, 도대체가 아리송한 질의였다. 그것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농단으로 인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일이 관건이 되어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준이 저 정도이니 아마 모르면 몰라도 그들의 조상은 수자기 밑에서 죽어간 이는 없었을 것 같다. 항차, 국민개병제 하에서도 기관지확장증이나 만성담마진 등으로 의무를 회피한 자들이니.
 
숱한 세월 이 나라 국민은, 외적으로는 개 같은 외세에 의해, 그리고 내적으로는 저런 한심한 정치인들에 의해 피눈물을 흘렸다.
 
이 가을날, 날씨는 청명한데 이들 뉴스로 마음 한쪽이 헛헛하다. 이걸 두고 시쳇말로 웃프다고 하던가?